마라톤 '봄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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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10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 둔치. 3백여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달리기에 여념이 없다.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입구 순환도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 어디서나 달릴 공간만 있으면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따르면 현재 마라톤 동호회 수만 해도 5백개를 웃돌고 동호인은 1백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마라톤 열풍에 따라 올해 국내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가 모두 1백20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매달 10개의 대회가 열리는 꼴이다.

최근에는 해외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지난 1월 일본 이브스키마라톤에는 40여명의 국내 동호인이 참가했으며,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에는 90여명이 참가한다.

◇실태=3,4월에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만 전국에서 40여개에 이른다. 이중 일부만 엘리트 위주의 대회이고 대부분은 동호인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하는 마스터스 대회다.

대회 규모도 언론사 주최의 경우 마스터스 부문을 포함, 2만명을 넘기는 것은 예사고 동호인 주최 마라톤 대회도 5천~6천명 동원은 예사가 됐다.

지난 3일 한강 둔치 일원에서 서울마라톤클럽 주최로 열린 대회에서는 1만2천여명의 동호인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열기도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일본은 1천6백여개의 크고 작은 대회가 있고, 미국은 뉴욕마라톤을 주관하는 뉴욕로드러너스클럽이 한해 주관하는 대회만 60여개에 이른다. 종류도 다양해 부부나 애인만 참가하는 커플마라톤을 비롯, ▶가족 마라톤▶심야 마라톤▶화이트칼라 마라톤 등 각양각색이다.

이에 따라 해외 마라톤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여행사도 등장했다. ㈜여행춘추(marathontour.co.kr)와 ㈜한국여행자마라톤클럽(tourmarathon.co.kr)이 대표적.

이달 초 미국 LA마라톤에 다녀온 김상우(산부인과 원장)씨는 "판에 박힌 패키지 여행보다 마라톤과 관광을 겸한 해외여행이 훨씬 바람직하다"며 "건강도 다지고 마라톤을 하며 시내도 구석구석 돌아보는 등 유익했다"고 말했다.

◇배경=마라톤은 수영이나 등산·헬스 등 다른 운동보다 단시간 내 체중감량 효과가 뚜렷하고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결정적으로 마라톤 붐을 촉발시킨 계기는 언론사 주최의 마라톤 대회와 인터넷상의 각종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마스터스 대회 참가자는 고작 3백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육상인들은 회고한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 들어 4천~7천명 수준으로 늘더니 이젠 2만명 시대가 됐다.

◇개선점=마라톤의 열기에 편승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이 대회를 지원하면서 이를 빌미로 얼굴을 내밀거나 선심공약을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은 "달리기 자체보다 행사에 치중하려는 무리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매연과 차량 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도 동호인들의 아쉬움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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