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닉슨·인품의 포드·지적인 클린턴도 좋지만 "덜 똑똑한 레이건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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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통찰력이나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미 역대 대통령 4인의 통치 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는 신간 『CEO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원제 Eyewitness to Power)의 저자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리처드 닉슨이야말로 탁월한 통찰력의 국제 전략가였고, 제럴드 포드는 뛰어난 인품을 가졌으며, 빌 클린턴은 가장 지적인 엘리트였지만,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었다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닉슨의 연설문 집필 보좌관으로 시작, 이들 네 명 모두를 백악관에서 모셔봤던 데이비드 거겐(60)은 이 책에서 역대 대통령들을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회고록과 리더십 교본 형식을 적절히 배합, '백악관의 문장가'출신답게 솜씨있게 써내려간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요즘 정치가의 화두인 '제왕적 대통령''CEO 대통령'을 의식해 바꾼 듯한데, 사실 책에는 그런 용어가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말 제목으론 큰 문제가 없어보이고,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선 유용한 텍스트임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닉슨 서술 부분은 '제왕적 대통령'이야말로 자멸의 길임을 보여준다. 거겐은 닉슨이 취임 당시엔 미국 역사상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이었지만, 기존의 정치 엘리트들을 불신하고 언론을 혐오하는 등의 성격이 장점들을 덮기 시작하면서 워터게이트라는 비극이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덕목으로 저자가 꼽는 것은 내적인 풍요, 명확한 목표의식, 설득력, 국민·의회·언론과의 협력성, 취임 초기의 순발력, 참모진 구성력, 그리고 충실한 추종집단을 만드는 능력 등 일곱 가지 항목이다. 레이건은 이 항목에 가장 근접했던 대통령이다. 그의 분석을 읽다 보면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미국인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이유도 다소 이해된다. 물론 레이건 같이 '웅변가'도 아니고 오히려 레이건의 약점인 '다소 떨어지는 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지적되는 부시다.

하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종교적 높이의 신념, 국내외 정치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참모들을 적극 이용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부시는 성공적인 선배의 길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저자의 평가는 사실 매우 주관적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통령' 출현에 목말라하는 우리에게 그가 제시하는 지도자의 조건은 충분히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김정수 기자

NOTE

어찌보면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 모두를 측근에서 보좌한 저자 자체가 흥미롭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닉슨의 참모진에 합류했다. 이후 특별보좌관·수석공보관·업무조정관·대통령고문 등의 직함을 달고 대통령들을 지켜봤다. 백악관을 떠나 있을 때는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紙)의 편집인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하버드대 대학원 정치리더십 연구소 공동이사장이다. 전 대통령들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이 담긴 이 책을 봐도 그야말로 '정치보좌 9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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