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발업계 개성서 살 길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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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04 부산국제 신발섬유 패션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대형 신발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지역 신발 업체들이 개성공단 진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의 신발산업 육성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개성공단 입주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신발업계는 장기불황의 벽을 뚫지 못하고 계속 침체에 빠져 있다.

◆개성공단 진출=부산의 30여 개 신발업체가 개성공단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할 경우 신발산업의 난제 중 하나인 인건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고,물류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가 확정돼 공장(대지 2500평, 건평 2900평)을 짓고 있는 삼덕통상㈜은 공장 완공과 함께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내년에 개성공단에서 1400만 달러,2006년 2000만 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신발부품 업체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W사는 개성공단에 입주할 경우 2000평 규모의 공장에 라인 3개를 설치해 월 50만 켤레의 신발부품 등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업체는 내년 3월 분양하는 64만 평의 개성공단 공업용지에 입주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완제품 업체인 사상구 감전동 Y사 등도 개성공단에 진출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인건비.물류비.토지가격 등 여러 면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발육성책 실효=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정부의 신발육성 사업이 하드웨어 구축에 집중돼 업체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이 산업자원부의 용역의뢰로 실시한사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신발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2055억 원을 투입했으나 자금이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됐다. 특히 4년 동안 476억 원을 투입한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의 경우 건물 건축.인력.장비 도입 등 하드웨어에 집중돼 소프트웨어 활용이 미흡했다.

국회 행정자치위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1단계 신발육성사업(2000~2003년)이 추진됐지만 충분한 기초조사와 분석 없이 자금이 인프라 구축에 집중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적에 대해 허남식 부산시장은 "2단계 신발육성사업(2004~2008년) 추진을 위한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2단계엔 신발기술개발.신기술창업지원.해외마케팅.신발인력양성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신발 침체 계속=지난 8월까지 부산지역 신발업체들의 수출실적은 1억8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줄었다. 부산업체들의 수출실적은 2000년 4억8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9200만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800여 개 부산 신발업체들이 보유한 자사 브랜드도 트렉스타.테즈락 .비트로 등 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9월엔 부산의 중견 신발 완제품 업체인 ㈜신세영화성이 자금난으로 도산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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