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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재래시장 살리는 애향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조합원들이 직접 키운 한우라 고기 맛이 좀 다르이더….”

“안동한우는 알아 주지요. 역시 좋아 보이네요.”

12일 오후 2시 경북 안동시 옥야동 중앙신시장 안 남안동농협한우작목회 직영 식육점.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들이 밀려들어 한쪽에선 흥정을 벌이고 또 한쪽에선 고기를 포장하느라 바쁘다.

식육점 주인 권장웅씨는 “1시간 만에 100만원쯤 매상을 올렸다”며 “장날이라도 토요일 오후면 한산해지는데 오늘은 모처럼 북적였다”며 땀을 훔쳤다. 식육점 앞 간고등어 가게와 길 건너 떡집, 국화차를 파는 가게도 서울 손님들로 활기를 찾았다.

안동으로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전통시장(재래시장)을 살리자며 지방의 5일장을 찾아다니는 서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회장 문상주) 회원들이었다.

서울지역 회원 중 1000여 명이 7번째 행선지로 안동을 찾았다. 연합회는 학원·세무사·음식업·안경사·주택관리사·부동산중개업·이미용업 등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250여 소상공인 단체의 모임이다.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이기택)와 민족문화영상협회(회장 도동환)·재경안동향우회(회장 금창태)도 가세했다. 탤런트 박용식·김혜선씨도 동행했다. 버스 26대가 줄을 이어 들어서자 김휘동 안동시장은 “장보기 손님이 이렇게 많이 찾기는 안동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며 환영했다. 김 시장은 “한우든 사과든 서울의 반값”이라며 많이 살 것을 권했다.

김정미 성동구학원운영협의회장은 회원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 안동 문어와 간고등어를 잔뜩 샀다. 김 회장은 “삶은 문어가 어렸을 적에 먹은 맛 그대로”라며 “서울에선 못 본 예쁜 수국도 샀다”고 자랑했다. 소머리국밥에 안동소주 한 잔을 곁들이던 한 회원은 “제사 때문인지 안동에는 떡 종류가 많더라”고 덧붙였다. 이기택 부의장은 국화차와 한우를 샀다.

이날 매상은 1억원 가까웠다. 한우와 간고등어·국화차·매실·사과·소주 등이 인기를 끌었다.

행사를 주최한 문상주 회장은 “서민들의 아픔은 소상공인이 더 잘 안다”며 “회원들의 단체 장보기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경안동향우회는 전통시장 살리기 국민운동을 펴는 이 단체를 고향으로 유치했다. 애향심이 지역경제 살리기로 이어진 것이다.

안동=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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