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실신, 심장·뇌혈관 튼튼하면 걱정 마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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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15면

최근 한 케이블TV의 여성 아나운서가 생방송 도중 실신하는 모습이 방영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성인들 가운데서는 실신을 경험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과거에 가수 김장훈씨도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지방 공연을 하던 중 실신했다는 언론 보도를 기억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성인 100명에 3명꼴로 실신을 경험한다는 조사도 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실신은 심각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실신은 뇌로 가는 피 흐름의 속도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저하될 때 발생한다. 실신의 원인은 크게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실신의 원인이 되는 심장질환으로는 부정맥, 판막 이상, 심장 근육병 등이 있으며 이 경우는 돌연사의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뇌혈관질환에 의한 실신은 뇌졸중에 의한 것으로 대개 팔다리 신경마비나 언어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실신을 하면 뇌졸중이나 심장병 때문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의 실신은 미주신경실신이다. 사람은 극도의 공포·통증·피로·스트레스가 있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며 심장 수축이 빨라진다. 그러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교감신경(미주신경)이 흥분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심장박동수가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뇌로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실신하게 되는 것이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흥분하다가 쓰러지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더운 날 야외에서 선 자세로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다가 쓰러지는 학생이라든지, 바짝 긴장한 상태로 피를 뽑다가 쓰러지는 사람, 승객이 많은 지하철에 서 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모두 미주신경성 실신에 해당된다. 미주신경실신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보이다가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거나 하얗게 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흔치는 않지만 상황적 실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미주신경실신과 유사하다. 기침을 하거나 대변 또는 소변을 보다가, 음식물을 삼키다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적 실신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과도한 힘을 주면서 일어난다.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 심장에서 뇌로 보내지는 혈액양도 감소한다. 이런 경우 대개 특별한 문제는 없다.

국내 연구 자료에 의하면 배뇨하다 쓰러지는 배뇨성 실신은 남성에 더 많고 배변성 실신은 여성에 더 많다고 한다. 남성은 선 자세에서 배뇨하기 때문으로 보이며, 여성은 변비가 더 심해 오래 힘을 주다가 실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식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오는 경우에는 다리를 꼬는 자세를 취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도 안 되면 그 자리에 빨리 누워야 한다. 눕기 어려운 경우라면 쪼그려 앉아서 머리를 양쪽 무릎 사이로 넣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어졌다 해도 그 즉시 일어나지 말고 누워서 10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에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이미 심장병을 앓고 있거나 맥박이 불규칙한 경우, 숨이 가쁜 경우, 실신 직전까지 아무런 사전 증상 없이 바로 쓰러진 경우, 그리고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거나 말이 잘 안 나오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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