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광고 속엔 ‘시대’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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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마정미 지음, 개마고원, 334쪽, 1만5000원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광고의 역사를 통해 근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살펴본 책이다. 광고의 역사는 대중매체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한국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1883년 창간)의 1886년 2월 22일자에 실린 ‘덕상 세창양행 고백’이 우리 광고 사상 첫 광고다. 영어의 ‘advertising’이 일본에서 ‘광고’로 번역돼 한국에 도입되기 전에 ‘고백(告白)’이란 말로 쓰였음이 흥미롭다.

일제 시기 신문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상품은 의약품. 탕약이 아닌 양약은 개명한 시대의 상징이었다. 신약으로 개인은 물론 국가의 고질병까지 고쳐야 한다는 계몽의 담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신약에 대한 과신은 때로 ‘만병통치’라는 허위과장 광고까지 가능하게 했다.

광고는 시대의 유행을 선도했다. 1930년대에 나온 “부인무시 절대불가”라는 카피에 대해 저자는 “여성이 상품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잡아가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90년대 이후 10대와 20대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신세대’의 기호를 반영한 광고가 쏟아지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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