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정원엔 봄이 흐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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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봄이다. 지난 겨울 차가운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가녀린 싹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남녘의 산자락에는 노란 산수유며 하얀 매화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며 맘껏 봄의 향연을 펼친다. 저멀리 산넘어 남촌에서 불어온 훈풍으로 잿빛 도시도 봄기운으로 가득해 진다. 회색빛 콘크리트 밀림으로 둘러싸이고 10여평 남짓한 하늘만 빼꼼히 고개를 숙인 삭막한 도시생활속으로 초록을 불러들인다.

집안의 잡동사니를 쌓았던 칙칙한 베란다를 깨끗이 치우고 벽돌과 호박돌로 자그마한 화단을 가꾼다. 팬지·제라늄도 좋고 아니면 할미꽃·달맞이꽃·금낭화 등 야생화로 집안에 봄의 싱그러움을 맞는다. 그런가 하면 화분에 상추·고추를 심어 상큼한 식탁을 꾸미는 재미를 느껴봐도 좋다. '흠~' 아침에 눈을 뜨면 푸릇푸릇한 초록의 기운들이 눈과 코를 간지럽힌다.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저녁, 현관문을 열면 푸르름이 나를 반긴다.

편집자

두 달전 새 아파트에 입주한 정규동(70·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요새 베란다에 만들어 놓은 실내 정원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고 나무와 꽃들을 옮겨 심어 놓았다. 정씨와 가족들은 "주변 고층 아파트들만 보이던 삭막한 풍경이 정원 덕에 훨씬 운치있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봄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다.

베란다는 햇빛이 잘 들고 물주기가 쉬워서 실내 정원으로 꾸며보기 좋은 공간이다. 정씨 집의 경우처럼 화단을 만들어 식물을 심어도 되고, 화분을 늘어놓아도 된다.

◇실내 화단 꾸미기=화단은 만들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일단 식물을 심어 놓으면 화분에서 기르는 것보다 잘 죽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벽돌이나 큼직한 호박돌 등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든다. 화단의 높이는 15~20㎝가 적당한다. 바닥에 배수판과 부직포를 깐 다음 흙을 넣는다. 부직포를 깔아야 물이 빠질 때 흙이 쓸려나가지 않는다.

흙은 균이 없고 무게가 가벼운 인공 배양토를 사용하도록 한다. 대개 플라이트·질석·휴가토를 5:2:3의 비율로 섞어 쓰면 물빠짐이 잘되는 적당한 토양이 된다.

흙을 넣은 후에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식물을 옮겨 심는다.

나무나 화초는 햇빛이 좀 부족해도 잘 자라고, 병에 강하며,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 종류가 좋다. 천냥금·애란·벤저민·펜다곰 나무·고사리류·행운목류 등이 적당하다. 식물을 심을 때는 큰 나무들의 자리를 먼저 잡고 분수 등 구조물을 설치한 뒤, 키가 작은 식물을 심는다. 꽃을 배치할 때는 여러 색을 섞지 말고 한 두가지 색을 정해 강약을 조절한다.

나무와 화초를 심고 난 뒤에는 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덩굴 식물이나 이끼 등으로 덮어 마무리한다. 조약돌이나 나무 껍질 등으로 장식해도 좋다. 석등이나 절구 같은 조각품을 놓으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화단을 꾸밀 장식품은 서울 장안동 민속품 가게 등에서 구할 수 있다.

물은 여름에는 1주에 한 번, 겨울에는 1~2주에 한 번씩 주면 된다. 손수 정원을 꾸밀 엄두가 나지 않거나 시간이 없다면 전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비용은 형태와 어떤 장식품을 놓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가로 1m×세로 1m당 40만~70만원 정도 든다.

◇화분으로 정원 꾸미기=어느 가정에나 있는 화분들을 이용해 정원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뒤쪽부터 키 순서대로 화분을 배치한다. 맨 앞쪽 화분은 나무 울타리나 벽돌을 이용해 잘 가려서 분위기를 살린다.

화분 용기의 재질을 통일해 주면 더욱 예쁘다. 마무리로 바닥에 자갈이나 조약돌을 깔아 베란다 타일을 가려준다.

나무·화초와 배수판·인공 토양 등 재료는 서울 양재동 꽃시장(02-579-8100), 남대문 대도상가(02-755-9531, 777-1709)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현경 기자

◇도움말 주신분='자연을 창조하는 사람들'(www.flower4you.co.kr)권택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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