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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12만명 反정부 시위 : 총리, 방송 장악 시도 계기 反개혁법 무효화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파리=이훈범 특파원]이탈리아 로마에서 2일(현지시간) 12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의 반개혁 조치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총리 전횡에 반발=로마 시내 라테라노 광장에서 열린 이날 시위는 지난달 28일 '이익 상충법'이 통과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법은 세개의 민영 방송사를 소유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현직을 유지한 채 공영방송인 RAI의 이사회에 관여할 수 있게 허용한 법이다.

지난달 RAI 운영위원회 위원 다섯명 가운데 세명을 측근으로 앉혀 이미 의심스러운 눈길을 받아온 총리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방송 장악 음모를 꾸민다'는 강력한 규탄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최근 해외 도피 재산을 반입하면 사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유럽 단일 영장 제도의 도입을 유보하는 등 반개혁 조치를 해 왔다.

특히 단일 영장 제도 도입 유보는 총리 자신이 탈세·재산 도피·뇌물 공여 등 10여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총리가 노골적으로 법망을 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악법 철회하라"=전국 각지에서 특별기차와 버스편으로 운집한 시위대는 "통과된 악법들을 무효화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이민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에도 반대했다. 또 노동·사법개혁을 촉구하는 플래카드 및 총리를 나폴레옹과 피노키오로 묘사한 꼭두각시 인형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이탈리아 좌파 야당인 '올리브나무연합' 지도자 프란세스코 루텔리는 이날 시위에서 "우파들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정부측을 비난하면서 야당의 단결을 호소했다.

노조는 국회에서 통과된 '해고 유연화 법안' 철회를 위해 오는 23일 50만명을 동원한 시위를 할 예정이며,4월 5일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총파업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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