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모은 中유물 1,700점 전시 부산 古미술관 '등부당'운영 옥영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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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가 중국 사람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아요."

옥영덕(玉永德·47)씨가 지난해 10월 부산시 동구 초량동 '상해의 거리'에 문을 연 중국 고(古)미술관 '등부당'의 관람객 수가 지난 2월 말로 1만명을 돌파했다. 상해의 거리는 화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됐다.

玉씨는 "약 10년에 걸쳐 중국에서 수집한 문화 유산을 혼자 감상하기 아까워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부산에 등부당을 열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등부당에는 동양사를 연구하는 학생과 도자기 애호가, 중국·홍콩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곳엔 기원전 상나라 시대부터 한·송·명·청나라에 이르기까지의 도자기·고서화(古書畵)·고옥기(古玉器)·청동기(靑銅器) 등 옛 미술품 1천7백여점이 전시돼 있다. 열여덟점만 모조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진품이다.

소장품 가운데는 청나라 서태후의 친필, 북송 때의 문인화가인 이공린(公麟)의 그림, 명나라 도자기인 두청유, 기원전 1500년께의 청동기, 당삼채(唐三彩) 등 귀한 게 많다.

당삼채는 당나라 때 만들어진 세가지 색상의 토기로 귀족들이 죽으면 함께 묻던 부장품이다. 두청유는 관요(官窯)의 도공들이 만들어 왕실에 바치던 술병.

부산에서 건축업을 하는 玉씨는 "아편에 중독된 것처럼 헤어날 수 없어 고미술품 수집에 10억원 가량을 썼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의 옛 미술품들을 사업상 알게 된 현지인들을 통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지린(吉林)성 등에서 사들였다.

그는 처음엔 미술품을 아파트에 쌓아 두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99년 초 중국문물연구소를 차려 소개하다 미술관을 열게 됐다.

그는 96년 지린성 고미술협회의 특별 명예이사가 됐으며,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문물 전문감정사 자격증을 받았다.

玉씨는 "관람객들이 '정말 귀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갈 때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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