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지지도… 대선구도 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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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朴槿惠)의원이 모양을 갖춰 제3신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대선구도에 미칠 파괴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朴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會昌)총재, 민주당 후보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2위로 나섰다.

이회창 총재와 특정후보를 거명하지 않은 민주당 후보와의 3자 대결구도에서 朴의원은 26.6%의 지지를 얻어 총재(35.5%)에는 못미쳤으나 민주당 후보(24.8%)를 앞섰다.

이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조사의 3자 대결구도에서 총재 46%, 이인제(仁濟)고문 30.6%, 朴의원 20.3%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해 큰 변화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朴의원의 탈당회견이 조사 하루 전에 이뤄져 '깜짝효과'를 본데다 이회창 총재의 주류가 압도적인 세력우세를 보이는 한나라당에서 여성인 朴의원이 필마단기의 형세로 당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 동정심리를 자극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朴의원에 대한 지지는 인천ㆍ경기(33.2%), 대전ㆍ충청(29.3%), 부산ㆍ경남(29.6%)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22.5%)과 서울(18.7%)에서는 낮았다.

민주당 후보를 유력후보인 A후보로 대입했을 경우의 3자 대결에서도 朴의원(27.8%)은 총재(38.2%)에 이어 A후보(24.11%)를 제치고 2위였다. 朴의원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 지지표를 더 잠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朴의원을 중심으로 제3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6.2%였다. 신당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유권자의 3분의1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제3신당 지지자는 한나라당 지지층(28.6%)보다 무당층(38%)과 민주당 지지층(40.8%)에서 높고, 영남지역(33.6%)보다 영남 이외의 지역(37.2%)에서 높았다.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朴의원이 출마하지 않고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손을 들어줘 총재와 고문이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지지율은 45.1% 대 43.7%로 지지율이 1.4%포인트 차이로 매우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말 각종 여론조사에서 총재가 고문을 10%포인트 가량 앞섰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당시 조사는 朴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패한 뒤 잔류하는 것을 상정한 상황이어서 이번 조사결과는 朴의원이 움직일 경우 부동층이 줄어들고 '반(反)이회창'표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朴의원이 고문을 지원하면 고문에 대한 지지가 부산·경남(22.4% →27.5%), 대구ㆍ경북(13.7%→17.9%)에서 5%포인트 가량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朴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한 일'이라는 평가는 58.4%,'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41.6%였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인제 후보 지지층의 72%와 69.2%가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이회창 후보 지지층의 75.3%가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려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朴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은 '여당 유리'58.9%,'야당 유리'19.4%로 여당에 유리하다고 보는 견해가 크게 많아 실제 지지율 변화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영남지역(26%)에서는 야당후보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반대로 비영남지역(60.9%)에서는 여당후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높았다.

朴의원이 출마할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67%로 유권자 3명 중 2명이 朴전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할 것으로 봤다.

특히 여성(71.2%)과 주부(74%) 응답자들 사이에서 이같은 답변이 많았다.

현재 경상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누구인가(상위 5위)에 대해서는 이회창 24.6%, 노무현 19.8%, 박근혜 16.8%, 정몽준 8.5%, 김중권 2.5%의 순으로 조사됐다.

총재·鄭의원은 영남지역에서, 고문·朴의원·金고문은 비영남지역에서 응답이 높았다.

한나라당 총재의 야당 총재로서의 역할 평가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가 19.8%로 지난해 12월 조사(13.6%)보다 6.2%포인트 올랐다.주로 한나라당 지지층(42.3%)이 후한 평가를 했다. 朴의원 탈당과 맞물린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26.1%, 민주당 21.4%, 자민련 1.4%였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에 비해 여전히 높으나, 지난해 연말 조사(29.1%)에 비해 3%포인트 낮아졌으며 대신 지지정당 '없다'는 무당층의 비율이 높아졌다.

안부근 전문위원

조사 어떻게 했나

이번 전화여론조사는 박근혜 의원 탈당의 영향력을 측정하기 위해 지난달 28일과 3월 1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9백58명을 대상으로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긴급 실시했으며 최대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2%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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