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해외변수 탓에 … 기준금리 다시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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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매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발표되는 ‘통화정책 방향’, 향후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다. 시장에서는 이 발표문을 한 자 한 자 샅샅이 뜯어 본다.

10일 발표된 통화정책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까. 시장에서는 발표문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시점을 고민했지만 똑 부러진 답을 찾기 어려웠다.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2.0%로 동결했다. 16개월째 제자리다. 관심은 발표문에 쏠렸다.

이달의 발표문은 지난달과는 미묘한 차이가 났다. 국내 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내 경기에 대한 평가는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 정도였다.

이달에 ‘상승세’로 한걸음 더 나간 배경은 수출 호조와 고용 개선이다. 수출은 5월에 41.9%(전년 동월 대비)나 늘었다. 취업자 수도 58만6000명이나 증가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8.1%(전년 동기 대비)로 나타난 것도 긍정적 경기 판단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다.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 걱정은 물가로 쏠린다.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서는 ‘물가는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이달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요 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물가 불안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 들어 2%대를 유지했지만 문제는 생산자물가다. 5월에 생산자물가는 4.6% 급등하며 1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앞으로 물가가 뛸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날 발표문의 결론에도 ‘물가 안정의 기조 위에서’라는 새로운 표현이 들어갔다. 지난달 금융 완화 기조를 수식하던 ‘당분간’이라는 단어를 14개월 만에 삭제한 데 이어 출구 쪽으로 한걸음 더 나간 셈이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외 변수가 가장 큰 이유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문제는 세계 금융시장의 악성 종양이다. 김 총재는 “이런 해외 위험 요인에 비춰 (한국 경제가) 향후 계속 성장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에 대해서도 “하반기에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강조한 것”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김 총재의 발언을 감안, 기준금리 조정은 2분기 경제 실적이 발표되는 7월 말 이후에나 검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금통위가 2분기 성장률을 확인한 뒤 3분기부터 분기마다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실물경기 회복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3분기 말이 금리 인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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