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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폭행 파문의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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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지역 여중·고생 5명이 학교 폭력배 41명으로 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소식에 경남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밀양경찰서는 10일 이 사건의 여파로 형사계 소속 13명 가운데 9명을 4개 지구대로 보내고 지구대서 9명을 형사계로 발령하는 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관내에서 여중생 성폭행이 1년간 지속됐는데도 파악하지 못하고 울산 남부경찰서가 수사를 벌인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정수일 밀양경찰서장도 홈페이지의 '시민에 드리는 글'을 통해 사과했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도 지난 8일 울산지방경찰청,울산남부서 등을 찾아가 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했다.교육감이 경찰을 찾아 사과하고 경찰서장이 시민에게 사과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지역 교육계,여성계 등이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밀양지역 여중생 성폭행 사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일부 남학생들은 "조직폭력이 아니며 일방적인 성폭행이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파문확산=울산남부경찰서는 지난 7일 A양(14.울산 모 여중 3년) 자매 등 여중생 4명과 여고생 1명을 집단 성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경남 밀양시 학교 폭력조직 '밀양연합'소속 고교생 박모(18)군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성폭행에 가담한 41명을 연행,2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수에 비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신병처리한 결과가 예상밖으로 나타나자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울산여성회,울산YWCA 등 여성단체들은 10일 성명을 내고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과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울산 롯데호텔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에 성폭력 추방결의대회를 열었다.

네티즌들은 울산남부서 홈페이지에도 500여건의 글을 올려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인터넷상에는 이 사건에 가담한 고교생들의 이름과 사진,연락처 등이 나돌고 있다. '난 남자다'라는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집단 성폭행 고교생 41명 명단 등이 올라와 있으며, 그들이 평소 찍어둔 것으로 보이는 사진 10여장과 일부 학생들은 휴대전화 번호까지 나와 있다.

사진에는 10여명의 집단 흡연 장면과 함께 여행가서 찍은 사진, 여자친구로 보이는 학생들의 사진 등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 고교교사는 "이들의 행동이 잘못됐긴 하지만 아직 법적인 판결이 나지 않는 이상 모두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인터넷 유포는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불안한 피해자 가족=피해자의 한 어머니는 "남자 수사관에게 성폭행 당한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어린 자녀의 고통을 외면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항의했다.그녀는 "경찰이 자매라고 밝힌 피해자들의 관계도 사실과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 여중생들이 경찰로 출두하면서 일부 피의자 가족들로 부터 "신고해 놓고 잘 사나 보자"등의 협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여중생들에 대한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한 여중생은 "남학생들이 대부분 풀려나 보복을 당할까 겁난다"고 울먹였다.

◇가해 남학생들의 해명=경찰에 수사를 받으러 온 일부 남학생들은 성폭행이 아니라 자연스레 맺어진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한 남학생은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려 못살겠으니 재워달라고 찾아 와 잠을 자게 됐다"며 "강압적이라면 어떻게 여중생들이 먼저 전화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한 학교의 학생부장도 "경찰이 몇 개 고교가 연루돼 있으니 '밀양연합'을 결성한 것처럼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폭력조직 결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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