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윤정환 가세 주전경쟁 치열 히딩크 전사들 피말리는'생존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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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황량한 서부. '휘-익'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돌아온 그는 총잡이 장고다. 잊고 있었던, 다시 보게 되리라 생각지 않았던 그의 출현으로 마을은 복수의 폭풍을 예감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웨스턴 무비의 한 대목 같은 광경이 월드컵 대표팀에서 재현될까. 윤정환(세레소 오사카)과 홍명보(포항), 그리고 안정환(페루자)은 팬들에겐 그리운 존재일지 몰라도 '히딩크호'에서 수혜를 본 기존 멤버들에겐 분명 위협적인 인물들이다. 다음달 5일 유럽 전지훈련을 떠나는 히딩크호의 피말리는 주전경쟁이 서서히 막을 올리고 있다.

테크니션 윤정환의 수혈로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놓고 '히딩크호의 황태자' 송종국(부산)과의 한판 대결은 불가피하게 됐다. 윤정환이 정교한 스루패스와 폭넓은 시야로 플레이를 펼친다면 송종국은 폭발적인 중거리슛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 조율을 꾀하는 스타일이다.

주목할 점은 유럽팀과의 평가전에서 윤정환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과시한다 하더라도 송종국이 베스트 11에서 탈락될 리는 없다는 것이다.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송종국은 굳이 플레이메이커 자리가 아니더라도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수비수로 훌륭히 뛸 수 있는 선수라고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다. '윤정환의 활약'은 '송종국의 탈락'이 아닌 김남일(전남)·이영표(안양) 혹은 박지성(교토 퍼플상가) 등 다른 미드필더들을 위협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홍명보는 복귀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서 수비진을 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그의 가장 큰 재산인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히딩크가 내심 중앙 수비수로 점찍었던 유상철(가시와 레이솔)과의 경쟁이 불을 뿜게 된다. 유상철 역시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다. 홍명보가 제몫을 해주고 유상철을 수비형 미드필더나 좌우측 수비수로 활용된다면 기존 수비진에도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안정환의 가세는 7:2의 생존경쟁이다.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설기현(안더레흐트)·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등 해외파에 이동국(포항)·이천수(울산)·차두리(고려대) 등 국내파가 공격수 두자리를 놓고 대혼전 중이다. 현재로선 차두리·최태욱과 함께 오른쪽 윙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정작 안정환 자신은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이끌고 싶다"는 희망이어서 히딩크는 5차방정식만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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