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처녀의 '동거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요란스럽고, 때로는 낯 뜨거운 처녀들만의 비밀스러운 대화. 임상수 감독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 식사'는 여성들의 솔직한 일상사와 고민을 과감하게 끌어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설정에서 '시나리오'란 마지막 틀까지 없앤다면….

최근 케이블 채널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를 낳고 있는 코미디 TV의 리얼 프로그램 '그녀들의 동거'(목요일 밤 12시)는 이런 발상에서 출발했다. 특별한 대본 없이 20대 여성들의 수다와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희영(24), 정지혜·임수연(23), 지효정·정예지(20). 매주 목요일 아침 이들 다섯 명은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한 아파트에 모인다.

이틀간의 동거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32평의 아파트 내부에는 잘 감춰진 카메라 네 대가 하루 종일 이들을 관찰하고 있다.

출연자들은 모두 3백 대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코미디 TV의 다른 프로에 출연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신감 덕분인지 지난 22일 만난 다섯 명은 자신들의 역할에 당당했다.

"처음엔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지저분한 얼굴이 화면에 비쳐도 크게 개의치 않아요. 어쨌든 제 자신의 모습 아닌가요." 맏언니 이희영씨의 말처럼 이들은 꾸미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준다. 화장을 지우고 고치는 것에서부터 입 벌리고 자는 모습까지….

다만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방송은 에피소드별로 묶어 편집한다. 지금까지 8번의 방송이 나가는 동안 몸매 가꾸기,아기 돌보기, 친구의 방문, 생일 파티, 스키 배우기 등의 상황이 펼쳐졌다. 사전에 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만큼 예측 못한 일들도 자주 일어난다. 술을 마시면서 진실 게임을 하다 남자 친구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털어놓는 바람에 가족들에게 추궁당한 일은 애교 수준.

현재 이 프로는 방송사 홈페이지에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똑같은 형식의 프로들이 넘쳐나는 틈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에서부터 "지나치게 가볍고 선정주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강성식 PD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충분히 수긍하고 있다"며 "더 노력해 재미 이상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리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