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아침 겸 점심) 콘서트 주부들 마음 딱 잡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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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평소 자녀 키우고 집안일 하느라 음악회와 담 쌓고 지내던 주부들에게 라이브 클래식의 즐거움을 되찾아 주었다. 안성식 기자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입구에 차량들이 때 아닌 장사진을 이뤘다. 삼삼오오 승용차에 나눠탄 30~50대 주부들의 '문화 나들이' 행렬이었다.

오전 11시 콘서트홀. 김봉 지휘의 코리안심포니와 안산.고양시립합창단이 무대에 올랐고 그로페의'그랜드 캐년 모음곡'에 이어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낮 12시부터 20분간의 중간 휴식시간에는 빵과 커피가 제공됐다. '브런치(아침 겸 점심) 콘서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막이 오르자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울려퍼졌고, 앙코르곡까지 끝나자 오후 1시15분. '라이브 클래식'에 한껏 감동받은 주부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쉽사리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열리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가 서울 강남은 물론 일산.분당.인천, 심지어 대전에 사는 주부들도 찾아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경기도 양주시에서 온 이경순(45)씨는 "친구 네 명과 함께 오전 9시에 집에서 출발해 지하철로 1시간40분 만에 도착했다"며 "여고 음악수업 시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에 사는 30대 주부는 "예술의전당이 가깝지만 저녁에는 집안일에 발이 묶여 음악회 갈 엄두도 못 냈었다"며 기뻐했다.

지난 9월 시작한 '11시 콘서트'의 단골 관람객은 백화점 문화센터나 음악감상 모임에 다니던 동네 주부나 학교동창들. '11시 콘서트 계모임'까지 생겼을 정도다.

입소문이 퍼져 음악회 티켓(1만5000원)을 구입한 유료 관객은 9월 951명에서 12월 1911명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티켓 1000장만 팔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석 매진에 가까운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신이 난 주최 측은 출연진 규모도 9월 90명에서 12월 175명으로 대폭 늘렸다. 피아니스트 김용배씨가 예술의전당 사장에 취임한 직후 고안해낸 '11시 콘서트'는 다양해진 생활 리듬에 주목한 '맞춤형 문화상품'이다. 평일 오전 시간대를 노린 아이디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다. 게다가 김 사장이 매회 직접 나서서 해설을 해주고 있다.

'11시 콘서트'는 예술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올해 음악계 최고의 히트 상품. '청소년 음악회'와 함께 예술의전당의 2대 브랜드로 떠올랐다. 리모델링 공사로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휴관에 들어가는 내년 상반기에는 오페라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계속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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