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9단, 대마의 생사에 승부를 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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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4보 (65~86)=초반의 흐름이 아주 좋았기에 검토실에선 아직도 낙관의 여운이 남아있었으나 정작 曺9단 본인은 절박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의 백처럼 흑모양을 조각내며 실리로 파고드는 바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흑이 이미 덤을 내기 어려운 쪽으로 접어들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曺9단의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그는 이를 악물고 오직 최강의 코스를 찾아갔는데 그 바람에 천장이 무너지고 발밑이 꺼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65, 67은 우하를 최대로 키우면서 '참고도' 1,3의 습격을 노린 수. 창하오9단은 68로 뛰어 그 수단을 피하면서 은근히 위쪽 흑대마를 엿본다. 정수라면 흑은 대마를 돌보는 게 맞을 것이다. 曺9단은 그러나 하변을 백에 넘겨줘서는 진다고 느꼈다. 결단은 빨랐다. 그는 불과 3분여 만에 69로 육박해 하변을 운동장만하게 키워놓고 대마는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나중에 덤이 안 나와 고생하느니 일찌감치 승부로 나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창하오9단은 신중하게 70, 72를 선수하더니 74,76으로 곧장 대마를 차단해 왔다. 77엔 78의 추궁. 한때 위용을 자랑하던 흑들의 장벽은 이로써 목숨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졌다.

84가 날카로워 86에 이르러 한국측 검토진 사이에서도 "죽었다!"는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이 대마는 사는 길이 없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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