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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중간축 살아난다 화학섬유 원료·산업용 유류·철근 판매 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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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랫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화학섬유·철근·석유류 업종이 꿈틀대고 있다.

의류·포장재·건축 부문의 원료가 되는 중간재 성격의 이들 업종이 활기를 되찾고 있어 조만간 관련 산업에도 봄볕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충남 대산단지의 현대석유화학은 올들어 합성수지 출하량이 부쩍 늘었다.

포장재·고무·타이어·신발·파이프·비닐 등 일반 소비재의 원료인 합성수지의 이 회사 출하량은 지난 1월 4만1천t으로 지난해 1월보다 10.8% 증가했다. 지난해 12월(3만3천t)에 비해서는 20.6% 증가했다.

와이셔츠·양복 등 일반 직물에 쓰이는 합성섬유나 합성수지의 제조원료인 테레프탈산(TPA)도 최근 출하량이 늘고 있다.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있는 삼남석유화학의 경우 지난 1월 출하량(10만5천t)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90~95%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업종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80% 안팎이다.

삼성석유화학·고합 등 다른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전 산업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석유류 출하량도 계절성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늘었다.

한국석유공사의 국내판매량은 지난해 12월 7천6백만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6% 늘었다. 올 1월 집계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8천만배럴 안팎으로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서민들이 쓰는 휘발유보다 경유·등유·벙커C유·액화석유가스(LPG) 등 산업용 유류의 소비가 더 증가했다"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앞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건축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철근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학교 증축·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가수요까지 생겨 철근 사재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비수기인 지난해 12월에도 업계 전체 판매량이 크게 줄지 않은 80만t 안팎을 유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40~50% 늘어난 판매량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두달 동안 판매량은 1백만t에 불과했지만 올 1~2월에는 1백40만t으로 40% 늘어날 전망이다.

INI스틸의 조병권 영업기획팀장은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건설수주가 전년동기비 64.7%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축 성수기인 봄철로 접어들면 철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이은미 연구원은 "경기둔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수출·투자 부문이 회복되지 않아 아직 본격 회복 국면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각종 지표와 산업동향을 볼 때 올 하반기에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시래·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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