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히틀러는 돈에 눈먼 탐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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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돈이란 권력을 좇게 마련인가. 아돌프 히틀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권 당시 돈 문제만큼은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가졌던 히틀러도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탐욕스러운 정치꾼에 불과했다. 지금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온갖 게이트에 얽힌 기업가·정치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리더스 다이제스트』 편집장 출신인 저자가 새롭게 그려 보이는 히틀러의 본모습이다.

이 책은 히틀러의 각종 전기 등 참고문헌 50여권을 뒤져 독재자 히틀러의 성격형성 과정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저자가 밝혀낸 히틀러는 궁핍의 두려움을 안고 살며 돈에 대한 목마름으로 꽉 찬 인물이었다. 포장과 선전술로 사욕없는 지도자 이미지만 키웠을 뿐이다.

세무 공무원의 셋째 부인 아들로 태어나 풍족한 청소년기를 보낸 히틀러는 자신의 예술적 기질에 도취돼 있었다. 그러나 끈기는 없었다. 완고한 아버지가 죽자 젊은 히틀러는 날개를 다는 듯 보이지만, 곧바로 대책 없는 씀씀이로 가산을 탕진함으로써 거리에 나앉을 판이 됐다. 수채화로 그림엽서를 팔아 돈을 벌지만 그나마도 오래 가지 못했다. 1차대전 당시 입대해 정치가로 거듭난 히틀러는 뛰어난 웅변술로 입지를 굳혀 나간다. 특히 부인네들 앞에서는 목소리까지 바뀌며 나긋나긋해지는 매너는 돈 많은 귀부인들을 돈줄로 틀어쥐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후원자들에게도 파렴치함을 드러냈다. 대출 보증을 서게 하고는 원금을 갚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치스당을 꾸리고 총리에 오르기까지 히틀러는 당에서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필요한 품위 유지비는 자서전 『나의 투쟁』의 인세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일 뿐 책을 출간한 에어 출판사의 경영자는 수하의 막스 아만이었으며, 1944년 독일 언론계·출판계 90%를 장악한 에어 출판사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히틀러도 총리가 되자 차일피일 미루던 세금을 일시에 면제받았다.

전속 사진사 하인리히 호프만은 히틀러의 초상권을 사업 수단으로 삼았다. 히틀러의 사진을 팔아 거액을 챙기고는 10%를 히틀러에게 떼어줬다는 세밀한 정보도 책에 나온다. 사후에 재산이 몰수됐지만 히틀러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었다. 부하들의 부패를 눈 감아주고 떡값을 챙기는 히틀러의 나치스는 탐욕의 소굴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홍수현 기자

Note

어찌 보면 『히틀러와 돈』(원제 Hitlers Geld)보다 '히틀러의 돈과 여자'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정도로 여성 편력과 후원자들과의 묘한 관계도 서술돼 있다. 파란 눈을 지닌 히틀러는 여성들의 마음을 애달프게 했다. 정부 에바 브라운의 두번의 자살 기도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여인들은 자살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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