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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총리, 3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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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호(號)의 새로운 선장 간 나오토의 행보를 예측하는 데는 하토야마와의 비교가 필수적이다.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 지극히 다르기 때문이다.

공사석에서 하토야마와 간을 수차례 만나 본 적이 있다. 내 나름대로 느낀 주요 공통점은 2개, 차이점은 4개다. 먼저 공통점. 두 사람은 역사를 직시한다. 특히 한국에는 남다른 애정이 있다. 단 영토 문제에 관해선 강경하다. 간을 만났을 때 “나와 자민당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영토(독도) 문제”라고 물러서지 않던 기억이 또렷하다. 또 둘 다 이공계 출신으로, 논리에선 절대 지기 싫어한다.

다음은 차이점. 하토야마가 변화구 투수라면 간은 직구 투수다. 남을 상처주지 않고 호감을 주는 건 하토야마다. 그러나 결단력에서는 간이 월등하다. 하지만 다혈질이다. ‘욱’하는 성질을 얼마나, 언제까지 죽일 수 있느냐가 롱런의 관건이다. 둘째 차이점은 ‘돈’. 지난해 10월 공개한 개인 재산을 보면 하토야마는 14억4000만 엔(약 200억원), 간은 905만 엔(약 1억2500만원)이다. 하토야마의 1%도 안 된다. 전 정권처럼 ‘돈 문제’로 곤욕을 치를 우려가 거의 없다. 셋째, 엘리트 세습 정치인이자 자민당 출신인 하토야마는 이상론자였다. 사임의 직접 계기가 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도 이상론에 치우쳐 생긴 일이었다. 반면 자민당에 몸담은 적이 없는 간은 시민운동가 출신답지 않게 현실론자다. 정치철학도 ‘최소 불행사회의 실현’이다. 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내 임무는 국민을 천국에 보내는 게 아니라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막는 일”이라 했던 것이 떠오른다. 현실론자인 이명박 대통령과는 궁합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 불행사회의 실현’도 좋지만 민초들의, 그리고 국제사회의 보다 절실한 바람은 ‘최소 3년 총리의 실현’ 아닐까. 적어도 다음 총선거 때까지는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급 반장도 아니고 해 바뀔 때마다 “제가 새 총리입니다”라고 취임 인사 다녀서야 되겠는가. 7월의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선 9월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또 총리가 바뀔지 모르기에 하는 소리다. 그 경우 ‘3개월 총리’다. 간과 하토야마의 마지막 차이점, 간의 ‘뚝심’에 기대해 볼 수밖에.

김현기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