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씨가 연극동아리 학생 가르쳐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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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대사만 읊지 말고 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청소년 예술문화교육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미국에서 연기공부를 하고 있는 딸이 미니홈피에“자는 동안 지구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글을 쓴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공부가 얼마나 힘들면 저런 생각을 할까 싶었다.입시경쟁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학생들이 즐거움과 꿈을 찾는데 내 재능을 나눠줄 수 있어 참 뿌듯하다.
 
-청소년들이 연극이라는 문화 활동을 통해 얻을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연극은 학생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여가활동이다. 연극은 연출자부터 연기자, 스태프, 엑스트라까지 전부가 힘을 합쳐야 완성 할 수 있다. 직접 연극을 만들고 연습하며 아이들은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다. 작년에 계성여고 학생들과 프로젝트 공연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상황설정 등에서 학생들 간 의견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양보하고 배려하고 협동하게 됐다. 내가 가르친 것은 연기밖에 없는데 학생들은 그보다 더 값진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연극을 직접 해봐야만 인성 함양에 도움 되나?
연극은 남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이다. 단순히 대사만 읊어서는 안 되고 정말 그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엄마 역할도 해보고 선생님 역할도 해보면 엄마가 왜 잔소리를 하는지, 선생님이 왜 야단을 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인성 함양에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연극 작품을 보는 것도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단, 작품을 볼 때는 배우의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감정이입을 시켜보고 느낌이나 소감을 일기에 적어보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볼 만한 연극공연을 추천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추천한다. 죽음을 앞둔 50대 엄마의 암투병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그려낸 작품인데 특히 사춘기 또래의 학생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부모님의 사랑을 새삼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좋은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공부와 관련된 책도 좋지만 고전이나 소설도 짬짬이 읽어야 한다. 미래에는 지식보다 감성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회가 될 것임을 잊지 마라.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배우가 되려면 꼭 연극영화과에 가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일수록 탄탄한 연기세계를 구축 할 수 있다. 연기 테크닉은 배울 수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스스로 키워야 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관광책자에 나오는 유명건축물만 둘러보지 말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외의 경험을 해보는 등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가꿔나갔으면 좋겠다.

<송보명 기자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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