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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과 서울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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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곽노현. 7월 1일부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을 지휘한다. 최초의 ‘친전교조’ 성향의 진보 서울교육감이 된다. 그는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뉴스다. 서울 시민은 운명적인 선택을 했다. 초·중·고 2000여 곳, 학생 140만 명, 교직원 6만5000명을 그에게 맡겼다. 이명박 정부 잔여 임기보다 긴 4년간이다. 정부와 교육청은 비상이다. 학부모와 학생도 어수선해한다.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교원평가제, 고교 선택제, 교원단체 명단 공개, 민노당 가입 전교조 교사 징계…. 숱한 현안에 대해 교육당국과 입장이 다르다. 느슨한 평가를 기대한 교사들이 몰표를 줬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교실 권력이라며 원칙적으론 평가에 찬성한다. 두고 볼 일이다.

그는 당선 직후 오찬까지 하며 기자들을 만났다. 여론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프라이버시도 공개한다. 사시(斜視)장애가 있어 어릴 적 ‘사팔뜨기’라고 놀림을 받았다는 얘기다. 약자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단다. 음악·미술 감상을 취미로 갖게 된 동기도 말했다. “경기고 친구들이 공부는 물론 그림·음악·체육도 다 잘했다. 운동신경이 둔해 축구시합을 하면 공 끝에 발이 닿지 않았다. 열등의 비애를 느꼈다. 인사동의 화랑과 음악이 응어리를 풀어줬다.”

체육 개인지도가 꼭 필요했는데 학교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단다. 그가 맞춤형 교육을 내건 이유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도 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인성·적성·진로교육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설립이다.

곽 당선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자유와 인권주의자다’ ‘경쟁 없는 교육으로 사교육만 키운다’ 등등. 특히 두발 자율화와 0교시·야간 자율학습 폐지 계획이 그렇다. 게다가 평준화 철학은 알겠는데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입장은 아리송하다. 입시 위주로 가르치는 외고는 폐지하고, 자율고도 손을 대겠단다. 그러면서 “학부모 마음에는 진보와 보수가 다 있다”는 말을 했다.

의문이 조금 풀렸다. 그의 두 아들이다. 장남은 서울 일반고와 명문 사립대를 나와 로스쿨에 다닌다. 차남은 외고생이다. 외고 폐지론을 거론한 그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이게 학부모 마음이다. 좋은 학교 보내려는 마음 십분 이해된다. 그의 교육 실험은 곧 시작된다. 비극을 부를 운명적인 실험이 될 것인가, 미래를 바꿀 행복한 실험이 될 것인가. 딱 두 가지만 부탁드린다. 이념에 집착 말고 학부모 마음으로 서울 교육을 지휘하라. 그리고 클린 교육계를 만들라.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