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립 발판"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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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강화하는 조치로 환영한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파견을 위해 서류상 사표를 수리하는 편법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일 청와대가 비서실의 검사파견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검찰과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검사 파견제=1997년 1월 개정돼 9월부터 시행된 검찰청법 44조 2항은 "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 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무부는 청와대 직원으로 임명될 검사들에게서 사표를 받았으며 이들이 검찰 복귀를 원할 경우 재임용 형식을 빌려 검사로 임명하는 편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 파견 검사들이 검찰로 복귀할 때 대부분 중요 보직을 차지해 검찰청법 관련조항 개정의 취지가 퇴색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 정부 들어 신광옥(辛光玉) 전 민정수석은 법무부 차관으로, 이범관(範觀)·박종렬(朴淙烈) 전 민정비서관은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구고검 차장·법무부 보호국장으로, 이귀남(貴男) 전 사정비서관은 서울지검 형사1부장으로 임명됐다.
◇검찰 반응=청와대 결정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대체로 "편법을 통해 청와대에 검사들을 파견해 온 제도가 없어지게 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이번 조치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단"이라며 "이제는 검찰총수 등 지휘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통해 대통령의 심기를 알아보고, 알아서 사건을 처리했던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서울지검장이 매주 두차례 검찰총장에게 사건 내용 등을 보고하는 제도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침이 발표된 시기와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검찰 인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최경원(崔慶元) 전 법무부장관이 김학재(金鶴在)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복귀에 반대하면서 여권 수뇌부와 마찰을 빚은 뒤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金수석의 거취문제로 인해 검찰 인사가 두세 차례 지연됐기 때문이다. 金수석을 검찰로 복귀시키려는 정치적 의미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청와대 파견검사들의 복귀로 인해 그동안의 인사구도가 상당부분 수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 반응=경실련 고계현(高桂鉉)정책실장은 "청와대로 검사를 파견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 검찰의 고유권한에 통치권자가 개입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악습으로 검찰 개혁의 핵심이랄 수 있는 독립성 확보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퇴직한 검사가 1년 내에 재임용되지 못하도록 검찰청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안청시(安淸市)교수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청와대 파견검사 몇명을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검찰이 거듭나거나 국정이 쇄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검찰의 자각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조강수·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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