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당선자 사무실 첫 압수수색…예비 단체장·교육감 줄소환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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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선거기간 중 빚어진 당선자와 입후보자 간 고소·고발과 각종 불법·탈법 행위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 대상자로 지목된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당선자 등 65명은 취임(다음 달 1일)도 하기 전에 조사를 받을 처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4일 민주당 서울시당 지역위원회 간부 최모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최씨가 선거운동을 한 지역의 구청장 당선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선거 관련 전산자료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유권자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에 따라 내사를 해오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최씨를 체포했다. 해당 구청장 측은 “크게 보면 선거운동을 도운 것은 맞지만 금품 제공 등은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른 당선자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당선자 진영은 “당선자는 검찰 발표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지역의 한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학맥과 인맥을 동원해 검찰의 소환시기와 수사 강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도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단체장을 맞는 한 지자체의 경우 취임 전 당선자 인수팀에 업무보고 시기와 방법을 협의해야 하나 검찰수사에 대비하는 것이 먼저라며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인천의 한 공무원은 “소환조사와 재판을 받을 경우 당선무효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 최익철(42·경기도 수원시 연무동)씨는 “법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적발된 선거법위반행위는 모두 3812건이다. 유형별로 ▶금품· 음식물 제공 848건 ▶비방·흑색선전 51건 ▶유사·사조직 가동 30건 ▶공무원 선거개입 107건 ▶집회·모임 79건 ▶기타 2697건 등이다.

검경은 이 가운데 고발·고소 또는 수사의뢰된 572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다. 당락 여부나 소속 정당, 신분 등에 관계없이 수사에 착수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사건은 수사력을 집중해 한 달 내에 사건을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박태희·이철재·최모란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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