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원불교 이 선 종 교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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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원불교 종로교당의 이선종(58)주임교무는 일반인 깊숙이 파고들어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추구하는 원불교의 정신과 잘 어울리는 인상이다. 수더분하고, 근엄을 꾸미지 않아 어깨를 툭 쳐도 웃음으로 받아줄 누님같고 어머니같다.
불법을 기본으로 하되 기존의 다른 종교 교리에도 타종교에 비해 열려 있는 원불교는 이교무처럼 활달한 성직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짧은 역사(1916년 개교)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원불교 내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이 교무는 원불교 사회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 1956년 원불교에 귀의한 이교무는 2000년에 원불교 천지보은회를 창립,환경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종교계에 어떤 변화가 느껴집니까.
"종교간 벽허물기가 눈에 두드러져요. 사회적 이슈를 놓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종교인들 사이에 활발해졌어요. 신도들도 성직자들의 그런 모습에 흐뭇해하죠."
-지난해 9·11테러가 던진 교훈은.
"절대권력이나 독선이 아닌 공생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경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자를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은 강자의 의무요, 보람이요, 영광입니다. 약자는 자포자기하거나 강자에게 맞서지 말고 강자를 선도자로 삼아 자력을 키워야 합니다. 9·11테러도 이런 강약의 윤리를 잘 알지 못한 탓이지요."
-한국인이 꼭 버려야 할 특성이 있다면.
"한국의 강점은 많은 종교가 공존한다는 사실입니다. 단점은 진리가 아닌 기복신앙과 성장 제일주의, 배타성입니다. 강인한 인내력과 풍부한 아이디어, 탁월한 속도감각이 바람직한 성향이라면 지나친 가족주의와 이기주의는 단점입니다."
-비정부기구(NGO)와 연대 활동을 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을 들려주시죠.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주최로 지리산위령제가 열릴 때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을 위하여 종로교당에서 1백일간 천도축원을 올리면서 눈물 참 많이 흘렸습니다. 남북이 하나 되어 삼천리 강산의 묵은 업보를 씻어낼 합동 위령제를 올리지 못한 데 대한 참회였습니다."
-종교인으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오늘날 지구촌이 시련에 빠진 것은 종교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현실을 관리하는 정치도,정신을 관리하는 종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가정에 비유하자면 정치는 엄부(嚴父)요, 종교는 자모(慈母)인데 종교가 어머니 역할을 잘못하니 아버지가 마음대로 해버린 셈이죠. 이제 종교인들이 먼저 종교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고, 내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화와 협력으로 상생상화(相生相和)의 길을 여는 것이 평화의 열쇠입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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