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채권 헐값 매각도 청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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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특별검사팀은 3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60·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씨가 이용호(李容湖)씨의 사업 확장을 도와주는 대가로 자신의 부동산을 비싼 값에 파는 등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 결론짓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특히 李씨가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인수과정 등에 개입했음을 밝혀내 이용호 게이트에서 그가 실제로 이용호씨의 대(對)금융권 로비 역할을 했음이 확인됐다.

李씨는 그러나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하며 영장실질심사를 신청,1일 서울지법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관계기사 3,27면>
특검팀에 따르면 李씨는 2000년 8월 강원도 철원의 임야(2만7천여평)를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에게 시세의 두배가 넘는 2억8천만원에 판 것을 계기로 위성복(魏聖復)조흥은행장에게 "조흥캐피탈을 이용호씨가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특검팀은 李씨가 2000년 11월 이용호씨로부터 "조흥은행이 보유한 조흥캐피탈 리스 채권을 장부가의 62%로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魏행장에게 이용호씨에게 1천억원 상당의 채권을 매각해줄 것을 청탁했음을 새로이 밝혀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특히 "李씨가 자신 및 가족의 계좌에 입금된 거액의 돈에 대해 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등 이용호씨로부터 추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李씨를 구속한 뒤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특검팀은 李씨가 2000년 11월 보물 발굴업자들과 보물 수익의 15%를 받기로 약정한 것이 1999년 말 이기호(李起浩)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엄익준(嚴翼駿)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보물 발굴 사업을 돕도록 청탁한 대가인 것으로 보고, 그의 구속영장에 이 부분에 대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포함시켰다.
이상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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