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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펀드'가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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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체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나 홀로 갈 길을 가도록 설계된 '청개구리형' 펀드들이 최근 뜀박질하고 있다.

이들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멀리하고 중소형 우량주를 집중 편입한 덕분이다. 최근 증시에선 시가총액 상위 대형 우량주들이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중소형 개별 주식들은 약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성장형 펀드는 한국투신운용의 'TAMS 거꾸로 주식 A-1'로 한달간 6.54%의 수익을 올렸다. 1년 전 이 펀드의 이름을 지은 것은 권성철 한투운용 사장이었다. 당시 시장에 나와 있는 성장형 펀드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차별성 없이 대거 편입시키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인덱스형 펀드들과는 다른 길을 가보겠다는 '거꾸로' 전략을 채택하면서 펀드 이름도 그렇게 지은 것이었다.

실제로 이 펀드에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통신주들이 한 주도 없다. 펀드에 편입된 주식 가운데 중소형주가 80%를 차지하며 나머지 20%의 대형주들도 시가총액이 커서가 아니라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만 넣었다. 포스코가 그런 경우다. 가치주 펀드임을 내세우고 있는 이 펀드는 올 하반기 이후 보유 중인 자동차 부품주, 제약주, 화학주, 중소형 건설주 등이 뜨면서 빛을 보고 있다.

한투 이형복 주식운용본부장은 "(시황에 따라 편입 비율을 조정하는) 자산 배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며 "수익이나 자산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여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 자산운용사인 칸서스운용의 '칸서스하베스트주식1 Class C'도 3.91%로 수익률이 높은 청개구리형 펀드다. 칸서스는 '뒤집어보기(Contrarian view)'를 통해 저평가 주식을 골라낸다. 업황은 불황이면서 종목 가치는 저평가된 종목을 서서히 사들이고 반대의 경우 주식을 팔아치우는 방식이다. 불황인 업종을 사고 호황인 업종을 파는 셈이다.

이 회사 이정철 전무는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벤치마크 지수도 종합주가지수가 아니다"며 "요즘엔 불황이 한창인 액정표시장치(LCD) 관련주 등 정보기술(IT) 주식을 서서히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1과 세이고배당주식형 등 배당주 펀드들도 여전히 강세다. 이들 펀드도 시장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하베스트주식1의 경우 아직 설정된 지 두 달이 채 안됐기 때문에 향후 1년 정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고유한 투자철학을 갖는 펀드가 많이 나오는 것은 펀드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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