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중국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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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주룽지 외 35인 지음, 로런스 브람 엮음 이진수.이희재 옮김, 민음사, 2만원

21세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의 여세를 몰아 초강대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획일적 통제구조와 개방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몰락할 것인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이란 유례없는 실험에 주목하고 있는 세계가 중국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국제 정치.경제를 리드하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고 또 12억 인구에다 경제규모가 세계 9위인 중국 시장에 군침을 삼킬 수밖에 없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기에 진단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신간 『중국의 시대』(원제 China's Century)는 중국 열풍을 차분하게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에서 중국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 쪽이다. 경제와 개혁, 국제관계, 투자와 무역, 정보산업과 인터넷, 언론 등 8개의 주제별로 전문가 35명의 현실 평가와 미래 예측을 담았다.

주룽지 중국총리가 서문을 썼다는 점에서 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읽어야 할 이유다. 쩡페이옌(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등 중국의 핵심적 실무 관료들이 주제별 묶음의 서두를 장식한다.

이어 일찍부터 중국에 발을 들여놓은 다국적 기업들의 회장이나 최고경영자, 그리고 중국 안팎의 법률 전문가.학자.언론인 등의 글이 뒤따르는 식이다. 제임스 머독(스타TV 회장).하인라히 폰 피에러(지멘스 회장).조지 피셔(이스트먼 코닥 전 회장).피터 서덜랜드(골드먼 삭스 인터내셔널 회장) 등 세계적 기업가들이 중국에서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려준다.

중국 관료를 비롯한 필자 대부분은 강도 높은 국유기업 개혁과 대외 개방, 그리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개발정책을 지속하는 것만이 중국 도약의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 이후 지난 20여년간 이룩한 비약적 발전의 어두운 그늘인 공직사회의 부패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뿌리내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필진 가운데 시드니 샤피로(중화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클로드 스마자(세계경제포럼 정책자문위원).경제학자 황웨이딩 등이 실업자와 범죄의 급증.환경오염.주택난.빈부격차 확대.과시적 소비.뇌물 거래 등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만연한, 도덕성 망각의 현실을 꼬집는 것은 책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문화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려는 겸손한 자세가 사업 성공의 열쇠라고 훈수한다. 35명 전문가의 글을 모아 주제마다 해제를 달아 엮은 로런스 브람은 변호사이자 경제 전문가며 나가(Naga)그룹의 회장이기도 하다.

배영대 기자

『중국의 시대』는 중국이 개혁과 개방 그리고 부패 척결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WTO 가입이란 날개를 달고 21세기의 주역이 되리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최근에 번역 출간된 『중국은 가짜다』(홍익출판사).『중국의 몰락』(뜨인돌) 등 비판적 시선을 담은 책들과는 배치되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거대시장 중국'에 접근하기 위한 효율적인 매뉴얼 쪽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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