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두 총장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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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남대에 '한 대학 두 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총장 선출권을 가진 교수회가 선거 공고를 내자 강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도 독자적으로 총장을 뽑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이 대학 비정규 교수 노동조합(강사 노조)과 총학생회, 전국보건의료노조 영남의료원지회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영남대 민주총장 선출을 위한 공동 투쟁위원회'(공투위)는 지역 일간지에 낸 총장선거 공고를 통해 오는 9, 10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고 밝혔다.

공투위는 세 단체의 임원.대의원 20~50명의 추천을 얻어 등록한 후보를 놓고 21일 총장을 뽑는다.

이 단체에는 영남대 강사 500여명과 총학생회 소속 학생, 영남대의료원 노조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윤병태(43.강사) 공투위 선거관리위원장은 "학교 구성원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교수들이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교수회와 대학 교직원 노조에도 선거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으며, 두 총장 중 누가 진짜인지는 학교 구성원과 시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수회 선거관리위원회는 교수회 홈페이지를 통해 3~8일 후보 접수를 거쳐 23일 총장을 선출한다는 내용의 제12대 총장 선거 공고를 냈다.

교수회는 대학 총장 선거규정에 의해 선출권을 갖는 공식기구로 회원은 639명이다. 박원주(50.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의장은 "공투위의 선거 공고는 효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장 두 총장이 들어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학 교직원 331명(계장급 이하)으로 구성된 교직원 노조가 투표권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교수회와 교직원 노조는 지난 9월 이후 19차례 협상을 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100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수회는 20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을 동원해 지난 3일부터 후보 등록 장소인 교수회 사무실을 막고 있다. 교직원 노조의 서정규(47)위원장은 "대학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총장 선출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선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수회는 "교직원 노조가 너무 많은 표를 요구해 교수회 총회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선거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학 관계자는 "하지만 공투위와 교수회 총장이 모두 뽑힐 가능성도 있다"며 "대학 구성원간 갈등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1989년 대학 민주화운동으로 임시이사체제가 들어서면서 첫 직선 총장을 뽑은 이후 4년마다 교수들이 총장 선거를 해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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