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맛자랑] 이종범 프로야구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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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원정경기가 잦은 프로야구 선수이다 보니 외지에서 향수에 젖는 경우가 많다. 이기든 지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뒤에는 더욱 그렇다.

그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내고향 빛고을에서만 맛 볼수 있는 음식, 바로 광주천 근처에 있는 대광식당(062-223-3598)의 육전이다.

홈경기 때는 별로 생각나지 않던 것이 외지에 나서면 육전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서 맴돌며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도 불쑥불쑥 먹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을 정도다.

이 음식점의 육전(1인분에 1만5천원)은 전남 담양과 함평에서 재래식으로 키운 한우의 아롱사태를 결따라 얇디 얇게 저며서 찹쌀가루를 발라 후라이팬에 지진 것.

종업원이 식탁에 앉아 한점한점 즉석에서 익혀준다. 어릴 적 엄마 옆에 앉아 바로 지져낸 저냐를 얻어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들깨가루가 들어간 소금에 찍어서 먹는데 고소하고 찰지다. 그래도 두껍지 않아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파 절임을 곁들여 상추.깻잎.배춧잎에 싸서 먹어도 좋다.

육전에 따라나오는 밥은 검은 콩.흑미.은행을 곁들인 돌솥밥. 우거지 된장국과 더불어 1인분에 2천원을 받는다.

반찬도 묵은 김치.갓김치.참게장 등 10여가지나 따라나오는데 약간 짠 듯한 광주의 맛이 그대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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