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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사립학교법 개정안 왜곡된 사실 근거로 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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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의 주요 개혁 법안 Q&A를 보면 사립학교법 개정안 내용이 나온다. 개정 사유에 대해 '임시이사 파견 사립대 37개교, 최근 5년간 2000억원이 비리 사학법인의 호주머니로'라고 표현하면서 비리 사학 척결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개정 목적은 '교육 주체의 참여와 자치를 제도화' '사학 운영의 민주성.투명성.공공성을 제고하여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 '학교법인 경영과 학사 운영의 분리를 통한 견제와 분권의 선진국형 학교 운영 시스템 구축' '지나치게 비대한 사학법인의 권한 축소'라고 설명한다.

과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공식적인 글인지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법 개정의 이유와 목적이 그동안 전교조 등이 주장해온 것과 너무나 유사하고 둘째, 인용된 자료 중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실이 왜곡된 사항을 살펴보자. 임시이사 파견 사립대는 전문대를 포함해 모두 15개 법인(19개교)에 불과하고 중등법인까지 30개에 이른다. 최근 5년간 2000여억원 건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사립대 5년간 2018억 빼돌려' 제목의 문건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1999~2003년에 교육인적자원부의 종합감사를 받은 38개 사립대에서 횡령.유용.전용 등 부당 운용된 금액의 총계가 2017억5000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부당 운용의 사례는 법인이 취득해야 할 재산을 교비로 매입하고 교육시설에서 얻은 수익금을 법인회계에서 수입 조치하거나 법인 차입금을 교비로 상환하는 등 상당 부분이 학교와 법인 회계를 분리토록 강제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모순 때문에 발생한 회계질서 문란에 해당한다. 감사 결과 재정상 조치된 금액의 총계를 마치 법인과 이사장이 횡령한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학인들은 여당이 특정 교원노조처럼 사학인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어 서운해 한다.

여당의 주장대로 교육 주체의 참여와 자치를 제도화하는 일이 과연 사학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일인가. 사학의 주체는 경영주체인 법인, 교수주체인 교원, 학습주체인 학생, 지원주체인 직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주체는 교원.학생.직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그중 우월적 지위는 교육의 속성상 교원이 갖고 있다.

여당은 구성원의 조직을 법제화하고 이들 대표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평의원회)를 심의기구화하고 심의기구에서 개방형 이사 3분의 1 이상과 감사 1인을 선출, 경영까지 참여해야 학교의 자치가 이뤄지고 사학의 자주성도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학법인은 비리 집단이므로 비리 척결을 위해 학교의 경영구조를 법인 중심에서 교원 등 집단경영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보면 관선이사나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등 집단 경영 체제를 도입한 학교는 발전한 적이 없다. 대개가 학교 현장은 정치판으로 변하고 교원은 편하게 가르치며 학생 사이에서는 공부 안하는 풍조가 만연한다.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의 일차적 의미는 사학 전체의 운영 또는 구성원의 활동 영역에 있어서 국가 권력의 관여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다. 국가가 법으로 사학 구성원의 조직과 역할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강제하는 것을 사학의 자율성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선진국의 사학 운영 시스템은 사학에 지원은 하되 관여는 필요한 최소 한도에 그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사학의 자주성을 말살하고 사학 교육의 건전한 발달을 봉쇄하며 후진국 아니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채택될 법한 최악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교원 등의 참여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 내에서 조언.건의.지도 등 협력적 참여에 한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사학교육을 발전시키려면 개정안을 철회하고 사립학교 육성(촉진)법을 제정하는 일이 세계화 추세에 순응하는 길이다. 비리 사학은 단호히 처벌하고 선진국형의 평가인정 제도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송영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