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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본드20' 영국 현지 제작발표회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관심을 모았던 '007 시리즈'의 20편인 '본드 20'(가제)의 제작 발표회가 11일 오전(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의 종합 촬영소인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007' 4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21세기형 '007'의 출발을 알린다는 행사의 중요성을 의식한 까닭에 제작진은 이날 전세계 신문.방송.잡지의 영화 담당 기자를 대거 초청한 가운데 새 작품의 화려한 크랭크 인을 선언했다.

'본드 20'은 지난해 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제작 중단을 요구할 정도로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작품. 북한군 특수요원이 남북 통일을 지향하는 북한의 온건파 장군을 제거하려 들자 제임스 본드가 이를 제압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탓인지 이날 제작진은 신작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심지어 제작비 규모조차 밝히지 않았다. 대신 대규모로 조성할 세트장 일부와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이 사용할 특수차량을 공개하는 등 신작의 외형적 측면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신작이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지역인 남북한의 화해 무드를 왜곡할 수 있다"고 하자 공동 제작자인 마이클 윌슨은 "북한장교역을 맡은 인물이 악당으로 출연하지만 '007'은 기본적으로 정치 영화가 아니다"며 "이번에도 정치적 색채는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지난해 모건 프리먼 주연의 형사 스릴러물 '스파이더 게임'을 연출했던 뉴질랜드 출신의 리 타마호리 감독도 "본드와 악당간의 쫓고 쫓기는 액션 영화란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첨단 무기와 각종 장비의 진화된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본드 20'에서 한국의 비중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한국 현지촬영 분량이 전혀 없으며 관련 장면은 다른 장소나 세트장, 혹은 특수효과 등으로 해결된다.

주요 촬영지론 홍콩.쿠바.아이슬랜드.런던이 확정됐다. 또 재미교포 배우 릭윤이 연기할 북한장교 외에 영국 배우 토비 스티븐스가 주연급 악역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신작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은 한국 장면으로 채워진다. 수륙양용 전차들의 스펙터클한 추격전이 펼쳐질 도입부의 배경으로 비무장지대가, 또 제임스 본드가 주연급 악당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장소로 한국이 설정됐다.

때문에 이들 장면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우리로선 계속 관심거리다. 일부 공개된 미술 부문에서도 비무장지대나 판문점 주변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물론 불국사나 부도(浮屠).단청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연구가 제법 밀도있게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후 마약상.무기상.언론재벌 등을 공격했던 '007'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11일 행사장은 최근 히트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상기된 표정이였다. 이들 영화처럼 '007'도 할리우드가 돈을 대고 영국적 분위기가 첨가됐기 때문.

아일랜드 태생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골든 아이' 이후 4회 연속 본드를 연기하고,'엑스멘''스워드피시'의 흑인 배우 할 베리와 영국 신인 로사먼드 파이크가 본드걸로 나온다.

본드의 상관 M엔 주디 덴치가 변함없이 출연하고, 첨단무기를 공급하는 Q는 그간 이를 도맡아왔던 데스먼드 르웰린(1999년 사망) 대신 존 클리스가 맡았다.

62년 '닥터 노'를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가장 성공적인 오락영화로 꼽히는 '007'시리즈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 20억명, 흥행수입 30억달러(약 4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3월말 영국국립사진박물관에선 '본드 40년 전시회'도 열린다.'본드 20'은 올 11월 22일 개봉할 예정이다.

런던=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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