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속도조절 안하면 경기 과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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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제상황에 대한 재계와 민간경제연구소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http://www.fki.or.kr)는 10일 개최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근의 경제동향과 관련,국내 경기는 상승국면이며 자칫 과열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엔화 환율과 유가가 안정된다면 경기부양책은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경기부양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경기동향을 검토하면서 신축적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또 다음주 중 '2002년 경기.산업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경제동향실장도 "지난 3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거품이 일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과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 이사도 지난 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으로 경기동향에 보수적인 재계와 민간경제연구소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전경련 등은 경제는 수출부진과 금융불안 등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며 내수진작 등 경기부양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재계와 민간경제연구소는 정부는 부양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부양 일변도로 운용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정부가 부양시점과 강도를 조절하는 데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금융.재정연구센터장은 "최근 부동산시세 급등은 지난해 내내 지속된 건설경기 부양책의 후유증"이라면서 "경기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부양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洪실장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아 경기부양의 여지는 있다"면서 "그러나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경영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회장단은 특히 정치권이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에 기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및 대표소송제 완화를 추진하고▶노조의 불법 파업에 법대로 대응하지 않고 주5일 근무제 등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김영욱 전문위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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