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민주·자민련 '귀하신' 미니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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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10석).민주당(9석).자민련(4석) 등 미니 야당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대 법안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구애(求愛)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법안들을 단독처리할 경우 미니 야당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여당의 의석은 299석 중 151석. 의결 정족수(150석)를 겨우 넘지만 한 두명만 결석해도 문제가 생긴다. 군소야당의 도움이 있어야 여유가 생긴다. 미니 야당의 힘은 지난 2일 밤 공정거래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확인됐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영국을 방문 중인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3명의 의원이 참석하지 못했다. 여당 단독으론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는 상황. 열린우리당은 급히 민노당에 SOS 신호를 보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세명만이라도 본회의장에 들어오게 해달라"고 통사정했다. 여당의 다른 초선 의원은 시민단체 등에 연락해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민노당 의원들이 와야 한다. 독려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민노당은 외면했다. 여야 원탁회의에 민노당을 배제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한나라당도 뛰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김학원 자민련 대표에게 본회의 불참을 요청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3일에는 "단식 중인 민노당 권영길 의원에게 '다이어트 하느냐'고 한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막말을 사죄해야 한다"며 민노당의 환심을 사려 했다.

미니 야당은 몸값을 더 올려보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독국회에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낙성 의원은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노당 심상정 부대표는 "여당이 단독 국회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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