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 몰래 핵·미사일 기술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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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 관련 군 예비역 초청 정책 설명회가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예비역 원로들이 군 관계자의 조사결과 설명을 듣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유엔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령 회사와 해외 범죄조직 등을 활용해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이란·시리아·미얀마 등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유엔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본문 47쪽과 첨부 문서로 구성된 보고서를 입수해 28일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구성된 7인 전문가 패널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4건의 북한 무기 수출과 2건의 사치품 압수 사례를 들어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유엔 제재를 어기고 무기 수출을 시도했는지 설명했다. 북한은 여러 무역 중개상과 유령 회사, 금융기관들을 동원해 유엔의 대북 제재를 피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산 지대공미사일 등 35t의 재래식 무기를 싣고 가다 태국에서 적발된 그루지야 국적 수송기의 경우 아랍에미리트 기업으로부터 뉴질랜드의 유령 회사가 임대한 뒤 홍콩의 유령 회사에 재임대돼 목적지를 추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또 북한산 무기가 실린 컨테이너 화물 목록을 거짓으로 적고, 제품의 원산지와 목적지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북한은 군사장비를 수출하면서 관련 부품을 여러 개로 나눠 반출한 뒤 해외에서 조립하는 방식도 썼다.

보고서는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에 묶인 8개의 북한 기관이 이미 다른 조직에 역할을 이양해 과거에 만들어진 제재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핵 실험을 실시하자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이 결의에 따라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이나 기술뿐 아니라 무기 수출이 금지됐으며, 경화기를 제외한 무기나 사치품 수입도 금지됐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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