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대의 표현-상처와 치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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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사람들은 모두 크든 작든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상처의 아픔을 통해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행복한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상처를 때로는 잊고 때로는 외면하면서 그 흉터 위에 세월의 더께를 얹으면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대의 표현-상처와 치유'전은 시대와 사람의 상처를 읽고 이를 치유하려는 미술적인 시도들을 보여준다. 젊은 작가 27명이 참여해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상처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 작품들을 내놨다.

감윤조 예술의전당 미술관 큐레이터, 김미진 영은미술관 부관장, 이홍원 독립큐레이터 등 세명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큐레이터별로 선정한 작가들은

▶감윤조:김수진.김정범.김진수.이범준.정동암.정원철씨

▶김미진:김상길.김지혜.박선희.박지은.손정은.안성희.이미혜.이중근.전준호.정소연.정영훈씨

▶이홍원:김인태.김학대.문희돈.성동훈.신원재.우종택.이명복.전민조.조광현.최태운씨 등이다.

학생 및 일반인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관람자들이 직접 작품을 만지고 조작하며 제작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든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판화가 정원철씨는 주름살 가득한 노인들의 초상이 담긴 납판을 다시 구져지게 만들어 아픈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관람객들은 납판에 인주를 묻혀가면서 작품을 직접 완성시켜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정동암씨는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미디어아트를 전시 중이다. 관객이 스크린 속의 에덴동산으로 들어가 행동하는 데 따라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작품의 줄거리를 변화시키게 된다.

이미혜씨는 관객이 종이 위에 자신의 상처를 기록한 뒤 이를 문서 절단기로 분쇄하게 했다. 그 결과물인 종이부스러기가 상처의 부피를 쌓아가는 참여적 작품이다.

김진수씨는 돌출된 동공모양의 스크린에 수많은 사람이 순간적으로 비치게 하는 영상을 설치했다. 동공을 세상의 아픔과 슬픔, 희망과 즐거움에 대한 통로로 설정한 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감윤조씨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에 대해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물어본 기획"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정서적 위안을 받는 관객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월 17일까지. 어른 3천원.

02-580-1515.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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