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가오는 위안화 절상] 上. <메인> 중국 위안화 절상 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달러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곳곳에서 환율전쟁이 벌어진다. 태풍의 눈은 역시 중국이다. 다른 주요국의 화폐 가치는 달러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오르고 있으나 달러화에 고정된 중국의 위안화는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리길 바란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국 정부가 결국 미국의 뜻에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위안화 가치는 과연 절상될 것인지, 그렇다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결단만 남았다."

요즘 홍콩 금융가의 최대 관심사는 위안화 평가 절상(가치 상승)이다. 홍콩의 중국 기업인 천(陳)모씨는 "위안화 평가 절상은 이미 대세"라며 "미국 달러화가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면 사실상 달러당 8.28위안에 고정된 위안화 돈값도 함께 떨어진다. 달러화가 충분히 떨어진 어느 시점에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선 수출가격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각국의 외환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달러화에 고정된(달러 페그제)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는 이미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 홍콩 금융 당국도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가 대거 유입되자 환율 방어에 나섰다.

중국 및 홍콩에선 이미 위안화 절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 달러화로 된 예금.채권을 위안화로 바꾸거나 대중(對中)투자 자금을 미리 송금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上海)에선 '위안화 절상설'이 나돌았던 지난 10월부터 달러 예금을 위안화 예금으로 바꾸는 고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행의 한 지점에선 50대 후반의 남성이 "내가 예금한 5만달러를 전부 위안화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은행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위안화 절상한다면=위안화 절상 시기와 폭.방식 등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 상하 0.3%로 묶여 있는 변동 폭을 3~5%로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며 "그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29일 "환투기 세력이 기승을 부릴수록 위안화 환율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가까운 시일 안에는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국 금융 당국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늘어난 외환보유액 1113억달러 가운데 500억달러를 투기성 자본의 유입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이후에도 100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한국은행 윤승일 홍콩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일단 외화송금.해외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5000억달러의 외환 보유액을 엔.유로화 등으로 바꾼 다음 '만만디 작전'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안화 절상이 전격적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 2~3월께 위안화를 10~15%가량 절상한다는 시나리오다. 9%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는 중국이 올 들어 대출 억제.금리 인상 등을 통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 폭을 5%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위안화 선물환(1년물 기준)시세는 지난 주말 달러당 7.80위안 근처까지 치솟았다.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다.

홍콩.베이징=이양수.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