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神들 필기 노하우, 완벽 해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다. 더욱이 자신이 노력한 것만큼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허무함과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받으며 같은 책으로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성취의 결과가 모두 제각각인 까닭은 무엇일까? <도쿄대 합격생 노트 비법>은 이에 대한 답을 노트 필기에서 찾고 있다.

도쿄대는 매년 1만 명이 넘는 수재들이 도전하지만 그 중 30퍼센트 정도에게만 합격의 기쁨을 허락하는 자타공인 일본 최고의 명문대이다. 일본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는 도쿄대 입시를 무사히 통과하여 자신의 꿈을 이룬 합격생들의 공부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을 타고난 천재라거나 잠도 안 자고 공부만 하는 ‘독종’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일까? 도쿄대 합격생들은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둔 우등생들이지만 선천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성공했다기보다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익혀 투자한 만큼 열매를 거둔 ‘노력형’들이다.

<도쿄대 합격생 노트 비법>은 이러한 도쿄대 합격생들의 노트에 숨은 비법을 통해 1등 공부법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들처럼 노트 필기를 잘 한다면 누구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인 오타 아야는 통신 교육 교재의 편집을 담당하며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우연히 한 도쿄대생의 노트를 보게 된다. 그의 노트가 보기에도 좋고 공부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는 점에 감탄한 저자는 이후 본격적으로 도쿄대생들의 노트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뛰어난 노트와 도쿄대 합격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음을 깨달았다.

도쿄대생들이 고등학교 시절 만든 노트를 모은 저자는 이를 ‘도쿄대 노트’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200권이 넘는 노트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분석하여 도쿄대생들의 필기법에 공통점이 있음을 찾아냈고, 이를 7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또한 실제로 도쿄대 합격생들이 사용한 노트에서 이러한 법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노트의 이미지를 통해 설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쿄내 노트의 법칙은 ① 제목을 맞춘다, ② 복사물을 이용한다, ③ 대담하게 여백을 남긴다, ④ 목차 및 색인을 활용한다, ⑤ 단락 구분이 중요하다, ⑥ 나만의 형식을 만든다, ⑦ 정성껏 필기한다, 이렇게 총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 이 같은 법칙들이 너무 당연한 것이라거나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칙을 바탕으로 나만의 ‘오리지널 노트법’을 익히는 것이다.

나에게 잘 맞는 공부 방식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 직접 규칙과 형식을 정해 스스로 익히고 느낀 점을 꼼꼼히 기록한 노트는 시중에서 파는 어느 참고서나 문제집보다도 뛰어난,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참고서가 된다.

성적과 성공을 부르는 노트의 힘

많은 학생들이 노트 필기에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차라리 참고서를 더 보거나 한 문제라도 더 푸는 쪽을 택한다. 분명 노트 정리는 손도 많이 가고 곧바로 눈에 띄는 효과를 얻기도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도쿄대생들의 노트를 접하고, 또 그들의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트 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도쿄대 노트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하지만 도쿄대생들이 말하는 ‘좋은 노트’는 그저 색색의 펜으로 예쁘게 꾸민 노트가 아니다. 단순히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기만 한 것도 결코 올바른 ‘도쿄대 노트’가 아니다. 도쿄대 노트는 쓰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만들어내는 ‘플러스 알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쿄대 합격생 노트 비법>은 1장에서 도쿄대 노트의 7가지 핵심 법칙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실제로 노트의 힘으로 도쿄대 합격을 이루어낸 여러 학생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현역 합격한 학생, 한 번의 실패를 맛 본 후 노트 필기를 통해 성공한 재수생, 다소 불리하다는 편견을 당당히 물리치고 도쿄대에 합격한 지방 공립고교 출신 3인방 등 다양한 상황의 입시생들이 어떻게 노트를 사용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독자들이 자신의 노트에 도쿄대 노트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4장부터는 ‘Q&A' 형식으로 일본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와 유명한 문호들의 노트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고, 더하여 도쿄대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간 후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어떻게 노트를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노트 필기의 범위가 단순히 학교 공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욱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틈틈이 등장하는 도쿄대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설문조사와 만화 페이지 등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도쿄대 노트는 단순히 성적 향상의 비법이나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도구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나아가 삶의 질까지 업그레이드시키는 특별한 힘의 원천이다. “나에게 있어 ‘쓴다’는 행위는 내 안의 감정이나 감각, 생각이라는 흩어져 있는 요소들을 하나의 언어로 엮는 법을 탐구하는 일이다”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클로드 시몽의 말에서도 필기의 근본적 역할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 이러한 노트 필기법을 익히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하며, 책의 말미에 자신의 노트를 공개했다. 처음 도쿄대생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하던 당시의 노트와 스스로 도쿄대 노트의 법칙에 따라 메모를 하게 되면서 달라진 노트의 모습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설령 ‘원래 똑똑한 아이들이니까 노트도 잘 쓰는 거지’ 혹은 ‘이미 굳어진 필기 습관은 고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더라도 저자의 노트가 도쿄대 노트의 법칙을 적용하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한다면 누구든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중앙북스. 192페이지. 값 11,000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