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이 수능부정 '총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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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입시학원장 수능 부정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동부경찰서는 2일 원장 배모(30)씨가 학원생을 끌어들여 사전에 조직적인 공모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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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언어영역 답안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삼수생 이모(20.인천 모대학 1년 휴학)씨와 이씨에게서 메시지를 받아 수강생 10명에게 인터넷을 통해 재전송한 청주 P학원장 배씨 등 두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배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원생 10명은 고교생인 점을 감안,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배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학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 학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접속 기록 등을 분석하고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인터넷(네이트온)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학부모 개입 및 금품수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경찰은 또 P학원이 지난해 대입에서 수강생 40여명을 합격시켜 청주지역에서 입시명문으로 꼽히고 있는 점을 감안, 지난해에도 부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 사전 모의=원장 배씨는 지난 11월 초 이씨가 수리영역을 제외하고 비교적 실력이 뛰어난 점을 알고 "잘되면 등록금이라도 벌 수 있다"며 '선수'가 돼줄 것을 제의했다.

이들은 수능 직전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작성과 전송 연습을 했으나 숙달되지 않은 데다 은폐가 어렵다고 보고 수능 당일 화장실에서 전송하기로 작전을 바꿨다.

◆ 수법=이씨는 1교시 언어영역 시험에서 종료 20분을 남겨놓고 "배가 아프다"고 속이고 감독관과 함께 화장실에 갔다. 이씨는 미리 준비한 답안 쪽지에 적은 답안을 휴대전화에 입력한 뒤 세면대에서 메시지를 배씨에게 전송했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답안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받은 배씨가 학원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수험생 10명에게 다시 보내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배씨의 인터넷 접속시간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 은폐 기도=배씨는 1일 경찰에 소환되기 전 이씨와 만나"'교육방송을 보고 정답을 맞춰봐 달라는 뜻에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하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는 또 메시지를 받은 원생들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받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며 입을 맞췄던 것으로 밝혀졌다.

◆ 배씨와 이씨 주변=배씨는 청주의 모 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뒤 3년 전부터 P학원을 차려 운영 중이다. 경찰은 최근 청주지역 체대 입시학원이 6곳으로 늘어나 수강생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으로 미뤄 배씨가 학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능 부정이라는 무리수를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주 C고교를 졸업한 이씨는 부모가 현직 장학사와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조한필.안남영.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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