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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12월 가볼 만한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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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 12월 금강 하구에 가면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연출하는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누구나 대학시절

겨울 바다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홀로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막차를 타고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 도착하면

이른 새벽. 해가 뜨기까지

서너 시간을 해변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기다려야 한다.

서울행 버스비만 남기고

주머니를 털어 보이며

"이거밖에 없거든요.

이 돈에 맞게 주세요.

소주랑요" 하며 청승도 떤다. 나중엔 주인 아저씨와

소주잔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건 아마도

젊은 날의 객기였을 게다.

청춘이라면 겨울마다 앓는

계절병일 수도 있고.

한국관광공사가

12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왁자지껄하며

잔뜩 떼지어 떠나도

도심에서 뒹구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오늘 소개하는

세 곳은 혼자 떠나야

더 어울릴 듯싶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12월이지 않은가.

문득 바라보는

책상 위 달력에는

이제 넘길 장이 없다.

손민호 기자

***철새 70만마리의 군무- 금강 하구

어느 시인은 "겨울 철새를 바라보는 경험은 삶의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TV 화면을 통해 보는 가창오리의 군무는 요란하고 화려하다. 그러나 해뜰 녘 또는 해질 녘 추위를 견뎌내며 직접 바라보는 가창오리의 몸짓은 외려 처절하다. 그들은 오로지 살기 위해 날아오른다. 부단한 날갯짓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비상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황량한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들이 고마운 이유다.

해마다 11월이 오면 충남 서산 천수만은 가창오리를 비롯한 겨울 철새가 점령한다. 12월이 되면서 철새는 추위를 피해 남으로 내려간다. 일부는 금강 하구에서, 또 다른 일부는 전남 해남과 순천 앞바다에서 겨울을 난다. 개체 수만 따진다면 12월 한 달 동안 해남과 순천이 금강 하구보다 많다. 하지만 남도에선 관찰이 어렵다. 뭍에서 수㎞나 이어지는 갈대밭 뒤편에 철새가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가 금강 하구로 모인다. 올해는 군산시가 11층 높이의 철새조망대를 설치하는 등 탐조 시설을 대폭 보강했다. 운이 좋으면 40여종 70만마리에 달하는 철새를 만날 수 있다.

▶문의 : 군산시청 문화관광과(www.gunsan.go.kr) 063-450-4554, 세계철새관광 페스티벌 조직위원회(www.gunsanbirdfestival.net) 063-450-6275.

***코발트 빛 유혹- 영덕 해안 드라이브

모진 바람 몰아치는 겨울날, 백사장을 홀로 거닐던 추억이 있는지. 어떤 이는 눈에 덮인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의 어느 바닷가로, 어떤 이는 추수가 끝난 휑뎅그렁한 벌판을 가로질러 서해의 이름 모를 어촌 마을로 상념이 줄달음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12월이면 많은 이가 강원도를 향했다. 쓸쓸함을 묻고 새벽 바다에서 불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뭔가 다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 강원도 바닷가라면 그냥 추억이란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시라. 지금은 철 지난 행락지의 추레한 모습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옛날의 낭만을 되살리고 싶다면 7번 국도를 타고 경북 영덕까지 내려가도 좋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잇는 20번 지방도로변은 옛 정취를 간직한 얼마 남지 않은 동해안의 비경이다. 바다를 오른편에 바짝 끼고 드라이브한다. 서너 발짝 앞에 바다를 두고 여남은 가구가 덕지덕지 붙어사는 궁핍한 어촌을 지나고,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자리잡은 해맞이공원에서 코발트 빛 바다를 내려다보고, 20리나 이어진다는 고래불해수욕장을 홀로 거닐어 본다. 겨울 여행은 그것으로 족하다.

▶문의 : 영덕군청(http://tour.yd.go.kr) 문화관광과 054-730-6396.

***다도해 낙조의 백미- 전남 보길도

겨울만 돌아오면 섬을 찾아다니는 여행작가가 있다. "왜 굳이 섬이냐"고 묻자 50줄에 들어선 그가 답한다. "겨울 여행은 뭐니 해도 혼자 배를 타봐야 제맛이 나지."

전남 완도군에 보길도란 섬이 있다. 서울에서 떠난다면 거의 한나절이 지나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네 시간, 목포에서 강진과 해남을 거쳐 완도대교를 건너 화흥포까지 또 세 시간, 한 시간마다 뜨는 보길도행 배가 1시간20분간 바다를 달린다. 이것도 바람이 도와줘야 가능한 여정이다. 섬은 작지만 둘러볼 곳은 많다. 제주도를 향하던 고산 윤선도가 태풍을 만나 잠시 피했다가 여기에서 10년을 머무른 이유를 얼추 이해할 수 있을 듯. 뾰죽산에 올라 바라보는 다도해의 겨울 낙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울컥 북받치게 하는 무엇이 있다.

▶문의 : 완도군청(www.wando.go.kr) 문화관광과 061-550-5237, 보길면사무소(http://wando.koreadong.com/bogil) 관광안내소 061-553-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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