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깊어지는 북한·일본 갈등] 괴선박 비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과 일본이 27일 괴선박 격침 사건을 놓고 정부 차원의 비난전을 벌여 가뜩이나 악화된 양국관계가 향후 어떤 양상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후 5일째인 26일 밤 평양방송을 통해 "엄중한 모략극이자 도발"이라고 일본을 비난했다.

그러자 27일 오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일본 관방장관은 "질이 나쁜 비판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발언을 통해 일본측의 조치에 따라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괴선박 격침 사건을 놓고 북.일 양국이 본격적인 공방전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의 대응에는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사건 처리를 외무성.경찰청.방위청이 아닌 총리 관저가 주도하고, 관련 사항을 관저 수뇌부가 언급한 데서도 이런 의지가 잘 드러난다.

북한도 나름대로 '강수'를 두고 있다.'모략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예견됐던 일이나 이번에는 더 나아가 구체적 대응조치까지 내비쳤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반응에는 일단 괴선박의 실체를 밝히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일본이 괴선박을 북한 공작선이라고 확인하면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되면 내년 초에 결정되는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나 일본측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한글이 적힌 유류품이 발견된 점, 9.11 테러사건 이후 일본 정부의 테러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에 미뤄보면 이번에는 명확하게 진상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여기에 일본 내의 대북 강경기류도 변수다. 고이즈미 내각은 대북 파이프가 많은 하시모토(橋本)파가 지배하던 체제 때와 달리 매파가 다수 포진해 있다. 대중영합주의자라는 얘기를 듣는 고이즈미로선 우익 쪽으로 기운 국민의 심리를 이용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괴선박이 북한 배임을 확인하면 일본은 대북 제재를 취할 수 있다. 이는 과잉대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또 방위 관련 법령 정비의 명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지호 연구원은 "대북 식량지원 보류, 전세기 운항 중단, 수출입품 검사 강화 등으로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로 경제제재가 이뤄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않다.

도쿄=오대영 특파원,서울=오영환 기자

<괴선박 일지>

▶12월 22일:괴선박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침범,해상보안청 순시선과 교전 끝에 중국 EEZ내에서 침몰

▶23일:중국,일본의 무력사용 우려표시

▶24일:일본 총리,괴선박 침몰과 관련해 무기사용 기준완화 등 법정비 검토 지시

▶25일 일본 외상, "괴선박이 북한공작선으로 밝혀지면 북한에 경제제재 검토" 발언

일본 해상보안청,괴선박 자폭한 것으로 단정

중국 외교부,일본이 중국 EEZ내에서 발포했다며 비난

일본 총리,내각에 자위대 권한 확대하는 '포괄적 유사법제'제출 지시

▶26일:북한,언론매체를 통해 괴선박사건은 일본의 모략극이라며 강력 비난

▶27일 일본 외무성,"북한의 비난에 실망"발언

북한 외무성,일본에 대항조치 경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언 요지>

수일 전,일본 당국은 '정체불명의 선박'을 추적한다는 구실로 많은 함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타국 수역까지 침입해 선박을 침몰시키는 무력 행위를 행사했다. 정말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일본 당국자가 어떠한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우리와 연결지으려 여론을 조성하고,그것을 멋대로 흘리고 있는 점이다.

일본 당국의 책동에 대해 우리는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