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예술 … 호텔 같은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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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파킹

주차·청소·쇼핑 대행 등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서비스를 아파트에서 누리는 시대를 맞았다. 시설의 고급화를 넘어 서비스의 차별화를 지향하는 최근의 주거 트렌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도시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체들은 ‘호텔식 서비스 제공’을 내걸었고 요즘에는 이런 서비스가 입주자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 노형기 마케팅그룹장은 “주택 시설의 차별화는 거의 없어졌다. 높아진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서비스의 고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차

◆발레파킹에서 쇼핑까지=1991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나타난 특징이 아파트 시설의 고급화였다면 요즘에는 서비스의 고급화가 대세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져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편리함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욕구가 주거문화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식 서비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6년께. 서울 마포구 도화동 트라팰리스에서 호텔의 프런트 서비스와 비슷한 로비 안내를 시작한 이후 마포 트라팰리스Ⅱ, 송파구 잠실 더샾 스타파크 등에서 비슷한 형태가 선보였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심부름 수준에 불과했다. 안내인이 로비에 머물며 방문객 확인 및 통보, 택배물·우편물 수령, 하자 보수 접수 등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건강 체크

진화된 호텔식 서비스가 본격 제공된 곳은 지난해 상반기 입주한 서울 마포의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다. 로비 프런트 서비스는 물론 여성 및 방문객의 자동차를 대신 주차해 주는 발레파킹 서비스, 세차 서비스, 택배·우편물의 24시간 배달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우스키핑(청소) 서비스, 건강검진과 응급처치 등을 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있다. 입주민 송금숙씨는 “집에 혼자 있을 때 택배원 등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는데 배달 등을 모두 처리해 주므로 보안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집안 청소

내년 6월 입주하는 부산 서면 더샾 센트럴스타 주상복합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스카이라운지·게스트바(손님 대기 공간)·파티룸 등 호텔 시설까지 갖추는 게 특징이다. 포스코건설은 이런 시설을 활용해 파티 서비스, 손님 응접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용은 누구 부담?=호텔식 서비스는 대부분 단지에서 입주 후 1년 동안 무료로 제공된다. 롯데건설 권순학 이사는 “입주율과 단지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입주민들이 어떤 서비스인지 직접 경험해 보도록 하기 위해 1년간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는 입주민 부담이다. 로비 서비스 등 입주민 모두가 대상인 서비스 비용은 공동관리비에 포함되고 청소·세차 등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같은 서비스를 외부에서 이용하는 비용의 40~60% 수준이다. 마포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입주민은 지금처럼 토털 서비스를 누리려면 다음 달부터 월 20만~30만원을 내야 한다. 호텔 서비스를 내세우는 업체들이 대부분 1년간 공짜로 제공하지만 서비스 비용을 분양가에 이미 반영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단지는 대부분 고급 주상복합이다. 입주민들의 경제력이 좋아 고급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산관리회사인 브릭스에셋 김상태 사장은 “몇 개 동이 모여 있는 도심 주상복합이 호텔식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가장 좋다”며 “그러나 일반아파트 단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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