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클릭하다 사이버범죄 '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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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교 2년 동급생인 A양과 B양은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친구들과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좀 튀어보자"며 음란영상물을 띄웠다가 사이버범죄 담당 수사관들의 순찰(검색)에 적발된 것이다.

부모와 담임교사는 "평범한 소녀들이 멋모르고 한 일인데"라며 선처를 빌었지만 두 소녀는 곧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A양은 음란물 게시 혐의이고, 홈페이지 관리자인 B양은 이를 알고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다.

서울의 한 초등교 교감 C씨(50)는 동료 교사의 ID로 유료 성인 에로물을 한번 봤다가 요즘 낭패에 빠졌다. 느닷없이 이용료를 청구받은 그 교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금세 들통이 나버린 것이다.

"쑥스러워서 타인 ID를 이용해봤을 뿐"이라는 C씨. 하지만 그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터넷 상에서 무심코 한 일이 예기치 못한 처벌을 부르는 사례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해킹.사기.명예훼손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질서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됐지만 네티즌들은 어디까지가 불법인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그룹 god 멤버 중 한명의 e-메일을 열어본 회사원.대학생 등 네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넷 게시판에 그 가수의 e-메일 ID와 비밀번호 힌트가 올라있어 어렵지 않게 접속에 성공했다" "팬으로서 그에게 온 메일 내용이 궁금했다" 등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의 행위가 용서되지는 않는다. e-메일 불법 열람자에게 부과되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경찰에 입건된 사이버 범죄자는 모두 4천36명. 이중 75%인 3천3명이 10대와 20대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판에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거나 복사한 사례, 성인물을 게시하며 청소년 유해 표시를 안한 사례 등이 계속 적발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범죄인 줄 모르고 한 행위가 상당수지만 그렇다고 처벌 안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권성언(權成彦)팀장은 "경미한 범죄는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기소유예 처분되지만 결국 전과 기록이 남기 때문에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경고한다.

'사이버 윤리'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칫 자기도 모르게 중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尹英民)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구체적인 사이버 윤리.법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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