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마추어 주부 포토그래퍼가 되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마추어 주부사진작가 이미홍씨가 분당중앙공원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세월의 흐름, 자연의 변화, 사람들의 인생살이…. 3남매의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였던 이미홍(64·분당구 구미동)씨는 이러한 매력에 빠져 7년 째 카메라를 잡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친구 카메라 빌려 첫 수업 참가
이씨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50대 후반 그의 눈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경련이 생겼다. 치료를 받아도 몇 달 동안 증세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증세가 호전됐다. 병이 나아지자 딸이 취미 활동을 권하며, 문화센터 사진강좌를 등록해줬다. 이씨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진강좌는 등록했지만 카메라가 없었다.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 첫 수업에 참가했다.

당시는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이씨는 조리개·셔터가 뭔지, 필름은 어떻게 끼우는지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4주째 처음으로 야외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찰칵’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씨는 ‘재미’를 느꼈다. 6개월 간 초급반에서 사진 이론을 공부한 그는 작품반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카메라도 구입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는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즐겁다”며 “사진을 찍기 위해서 건강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현재 이씨는 AK플라자 분당점 작품반 학생이자 사진동호회 ‘아름아’ 회원으로 한 달에 2차례씩 출사를 떠난다.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정기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기계 잘 모른다고 포기하기엔 아쉬워
이씨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꾼 것은 2년 전이다. 필름 카메라의 색감을 좋아하지만 한 번 출사 때마다 2통 정도 사용하는 필름 값이 부담스러웠다. 필름 카메라는 찍을 수 있는 사진 수가 한정돼 있어 가끔 정말 찍고 싶은 모습을 담지 못 하는 일도 생겼다.

디지털 카메라의 활용은 쉽지 않았다. 기능은 복잡했고, 보정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지금도 포토샵은 익숙하지 않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만 직접 하고 나머지는 지도 강사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살 때도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따랐다. 그는 “기계를 잘 모른다고 포기하기엔 아쉽다”며 “DSLR이 어렵다면 자동 모드로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익숙한 사물도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란 생각에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 계절변화도 마냥 아름답다. “봄에는 새싹, 여름은 바다, 가을은 단풍, 겨울은 눈과 얼음…. 4계절이 모두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이씨의 말이다.

그는 클로즈업 한 사진을 좋아한다. 초기에는 주로 벽을 찍었다. 꼼짝 않고 한 자리에 서 있는 벽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빛의 예술’인 사진의 특성 상 같은 벽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담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반면 인물 사진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이씨의 사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말 보름 간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부터다. 인도에서 그는 사람의 다양한 표정과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씨는 “사진에 발전이 없는 건 아닐까 라고 고민하던 시기에 여행을 다녀온 게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은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고, 그 만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