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24시 르포 ③ 경남도지사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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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명물은 달고나 수박 … 경남 지사는 달고나 후보”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

6.2지방선거“달고나 수박 왔습니다.”

23일 오후 5시30분 경남 진해 경화시장 앞. 한나라당 이달곤 경남지사 후보는 유세차에 오르자마자 이렇게 외치고 나서 넙죽 큰절을 했다. 비가 내리고 차 바닥엔 물이 찼지만 무릎을 꿇었다. 시장통을 도는 그의 앞엔 ‘점박이’로 알려진 탤런트 정동남씨가 있었다. 정씨는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에게 “이달곤 후보와 같이 왔다”며 이 후보의 손을 끌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출신인 이 후보는 비례대표 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다. 중앙 정치무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행정전문가로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고향 경남에선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다. 경남에서 군수·국회의원·도지사 등 각종 선출직 선거에 여덟 번째 출마하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경화시장에서 만난 40대 상인은 “이달곤이 누군지 모릅니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후보는 우선 인지도를 올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달고나 수박’을 거론하는 것도, 연예인을 앞세우고 다니는 것도 모두 ‘이달곤’이란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왼쪽)가 정몽준 대표와 함께 24일 창원시 성남시장에서 수박을 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원=뉴시스]

24일 낮 12시30분 경남 창원 팔용 재래시장 앞.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 후보를 이렇게 소개했다. “경남의 명물은 달고나 수박, 경남 지사는 달고나 후보입니다.”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30여 명은 이날 창원에 집결했다. 선대위 회의를 경남도당에서 열었고, 이 후보와 함께 유세장을 누볐다. 한나라당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경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관 후보가 이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걸로 나타나자 지도부가 비상을 건 것이다. 이 후보는 지도부와 공동으로 유세하는 자리에서 “내가 도지사가 돼야만 중앙정부로부터 1조7000여억원의 돈을 끌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해서라도 가지고 오겠다. 무소속 후보로는 어림도 없다”는 말도 했다.

오후 1시 이 후보와 정 대표 일행은 창원 최대 재래시장안 상남시장에 도착했다. 심장병약과 영양제를 한꺼번에 삼키려는 한 여성에겐 “이게 다 무슨 약인 줄 알고 드시느냐. 이래서 노인 주치의 제도가 꼭 필요하다”며 공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고개 숙이는 각도가 110도는 되겠다.

"이래도 뻣뻣하다는 얘기가 나온다.(웃음) 진심으로 인사하면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빙이다.

“크게 신경 안 쓴다. (잠시 뜸 들이다) 기자들은 왜 그렇다고 보나. 정치의 세계에 들어온 이상 암흑의 바다를 묵묵히 가는 것 아니겠나.”

그는 이날 오전 6시30분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행 비서 단 한 명만 데리고 갔다. 그는 “내가 행안부 장관으로 국장을 주관했다. 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원=이가영 기자



“삼세 번인데 도와주이소 당선돼도 야당 안 갑니더”
무소속 김두관 후보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24일 창원시 상남시장에서 한 상인과 손가락으로 기호 7번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창원=뉴시스]

“초박빙임더. 삼세 번인데 도와주시면 이번엔 당선될 수 있습니더.”

24일 오전 6시40분 마산 농산물 도매시장. 기호 7번 띠를 두른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청과상들의 손을 부여잡고 연방 고개를 조아렸다. 한 상인이 불쑥 물었다. “당선되면 야당 갑니꺼, 여당 갑니꺼.” “무소속 아닙니꺼. 저 김두관이가 경상남도당을 만들어버릴까요. 허허.”

김 후보의 경남지사 도전은 그의 말대로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는 처음이다. 2002년에는 민주당,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각각 17%, 25.4%를 기록했다. 그 때문인지 일부 시민들은 “원래 김두관이는 민주당 아이가” “민노당하고도 한다카든데”라고 수군댔다. 김 후보는 민주·민노·국민참여당의 야권 단일후보다. 김 후보는 이날 “무소속으로 나왔으니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게 도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오후 4시10분 창원의 상남시장. 김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될 때 한나라당은 오만함을 보여줬다. 통합 창원시가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겠다. ” 앞서 경남도청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선 한나라당 지도부를 모질게 비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어제 경남에 와 유권자를 ‘아새끼’라고 하고 ‘천주산 터널 공약도 김두관에게 지면 다 취소시킨다’고 협박했다. 경남의 자존심을 세워 달라.”

김 후보에게 ‘경남=한나라당 당선’이란 공식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의 전략은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는 거다.

이날 그는 “뭐니뭐니해도 여기는 한나라당 아니냐”고 말하는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 측 운동원과 마주치자 그들의 손을 거침없이 잡고 한 표를 부탁했다.

김 후보에게 짬짬이 질문을 던졌다.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이다.

“도지사 두 번, 국회의원 세 번 떨어져 봤다. 도망치지 않고 도전하는 걸 인정해 주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15년 동안 지방권력을 독점해 왔고, 양산시 등에서 공천 문제가 불거지고 친이·친박도 다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도 영향을 미쳤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다.

“영광스럽고 부담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 지역주의를 뛰어넘고 싶었다. 이번이 마지막 실험이다.”

김 후보는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대신 그는 남해군수 경력을 강조했다. “남해를 지방자치 1번지로 만들었듯이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탈함도 내세운다. 시장을 돌면서 김 후보는 생선 손질하던 손, 튀김 부치던 손을 잡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선거운동 기간을 불과 여드레 남겨놓은 김 후보의 신발에선 탄 내가 나는 듯했다.

마산·창원·진해=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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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경상남도지사후보(6.2지방선거)
[前] 행정안전부 장관(제2대)

1953년

[現] 무소속 경상남도지사후보(6.2지방선거)
[前] 행정자치부 장관(제17대)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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