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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군장비도입 의혹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방부의 '차기 VHF 무선 장비 사업'에 의혹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본지 14일자 보도처럼 부적합한 기종이 선정됐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권력층의 개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국방부측은 무선 장비 사업의 최종 선정에서 D사 제품에 하자가 있었지만 치명적인 게 아니었고,이후 보완돼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또 경쟁 기종보다 값이 싸다고 했다. 무선 장비의 용처를 아는 전문가라면 이런 설명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무선 장비는 군의 귀요,중추 신경망이다.

그런데 값이 약간 헐하다고 합격 평가를 받은 장비를 제쳐둔 채 성능 미달 장비를 도입한다는 말인가. 대당 6천만원이 넘는 장비를 도입하면서 3%도 안 되는 2백51만원을 아끼려고 부적합한 장비를 선정했다니 어이가 없다.

육군이 기본 성능으로 요구하는 평가(ROC)기준에서 세 부문이나 미달일 뿐 아니라 시험평가 기간 중 고장이 잦고 1백%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재검토를 지시한 뒤 문제의 장비를 끝내 채택했다. 이 점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선정 시기에도 의혹이 간다. 당초 부적합 판정을 받은 D사 제품이 최종 도입 기종으로 결정된 것은 현 정권이 들어선 1998년 12월이다. 당시 무기획득협의회를 주재한 사람은 뒷날 국방부 차관을 지내다 군납 관련 수뢰로 구속된 사람이다.

국방부는 투표로 기종을 정했다가 다음해 하자가 생기면 문제의 인사 등 담당관들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사업자 선정을 종료했는데 이 시점은 바로 D사가 군납 과정의 다른 비리로 정부의 징계를 받은 때다.장비 자체에 결함이 있었고, 사업자 자체가 시비되는 상황에서 부적격 장비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때문에 D사의 배후 인물이 의혹의 선상에 떠오르고 고위층 관련설이 나오는 것이다.

무기 도입에는 의혹이 따르게 마련인데 이러다가는 4조2천억원의 방위 개선 사업비 전체에 의구심을 드리울지 모른다. 철저한 진상 규명만이 국민적 의혹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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