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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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인들만큼 새로운 말을 잘 만들어내는 민족도 없는 것 같다.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회사인 '스미토모생명'은 14일 올 한해를 상징하는 창작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창작 사자성어는 기존의 것과 발음은 같으면서도 다른 한자를 사용해 현실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으로, 총 공모작품 9천9백여점 중 50점을 선정했다고 스미토모생명측은 밝혔다.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순화종탑(瞬禍終塔.춘하추동과 같은 음)'.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한순간에 무너진 상황을 묘사했다. 또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은 '모든 나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는 뜻의 '만국흉통(萬國胸痛.만국공통과 같은 음)'이라는 사자성어에 담겼다.

또 테러 참사 이후 잇따라 발생한 탄저균 공포는 '근심스러운 우편 가루'라는 의미의 '우편분포(憂便粉包)'로 표현됐다. 일본 경제 상황을 담은 사자성어로는 '심침퇴사(心沈退社.잇따른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명퇴자 속출)' '통반생활(痛伴生活.고통스러운 생활을 영위한다)' '무근상태(無勤狀態.일자리가 없는 상황)'가 뽑혔다. 1년간 화제를 몰고 다닌 다나카 마키코 외상을 빗댄 사자성어는 '유신변인(維新變人)'이었다.

마사코(雅子)왕세자빈의 공주 출산은 '황실에 기쁨이 찾아왔다'는 의미의 '황희도래(皇喜到來)'라는 조어로 표현됐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신인상과 도루왕을 거머쥐는 등 맹활약한 스즈키 이치로 선수는 빠른 발과 튼튼한 어깨를 갖췄다는 의미의 '쾌족견비(快足肩備)'라는 사자성어의 주인이 됐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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