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이영일] 천안함 사태로 본 중국의 대북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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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 때문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침략헹위를 자행했고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했다. 피해자인 한국은 유엔안보리에 제소하거나 응분의 자위권을 발동할 명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자위권의 행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의 경우 한미양국대통령의 사전협의를 거쳐 행사하는 작전 지휘권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뒤따를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취할 최선의 방도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북제재와 병행하여 한미 간의 협력을 통해 북측에 천안함 사건을 훨씬 능가할만한 아픔과 부담을 안겨주어 제2의 천안함 사건에의 유혹을 단호히 차단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의 침략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실효성에 문제가 없진 않지만 유엔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도전을 묵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지난 2006년의 안보리 결의 1718호와 2009년의 1874호의 경우에서처럼 이번에도 동참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한 도발이었기 때문에 한미양국은 군사적으로 보복 조치할 수 있는 명분을 얻고 있다. 따라서 중국도 군사적 보복에서 비롯되는 동북아시아 정세의 악화를 원치 않는다면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결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천암함 침몰 사건 이후 북한의 김정일은 5월 3일부터 4박5일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 당대당(黨對黨) 수준의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흔히 김정일의 중국방문의 성격을 놓고 중국이 먼저 방문을 요구했다는 설과 북한 측이 내부경제사정을 풀기위해 방문을 희망했다는 설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가대 국가” 외교 아닌 “당대당” 외교라는 중국특유의 외교방식으로 중공당이 당대외연락부를 통해 비공식으로 김정일을 초청한 것이다.

중국 측으로서는 그들이 수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통해 준비해 온 상해 엑스포 개막즉전에 뜻하지 않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남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여 한반도정세가 악화된다면 상해엑스포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중국의 국익에 역행하는 사태의 전개를 막기 위해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는 천암함 사건의 과학적 진상 구명을 요구했고 북한 측에 대해서는 김정일을 중국으로 불러 들여 사태의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도록 단속했다.

현시점에서 중국의 당면한 국가이익은 상해 엑스포의 성공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김정일을 급히 중국으로 불러들였다. 중국TV에 비친 김정일의 모습은 한마디로 환자의 몰골 그대로였다. 머리는 듬성듬성 빠져있고 왼쪽 다리는 절고 한쪽 팔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서 정상외교에 나서기에는 너무 부적절했다. 그러나 중국은 상해엑스포 개막식에 북한을 대표해서 참석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제쳐두고 실력자 김정일을 바로 불러들인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상해 엑스포의 급한 불은 일단 꺼놓고 나머지는 외교를 통해 천안함 사건에 접근할 것이다. 북한 측은 천암함 사건과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강변하지만 북한의 침략행위가 명백히 증거로서 밝혀진 이상 유엔안보리의 제재는 피할 수 없다. 중국도 천안함 사건을 한미양국의 자위권행사에 내맡기는 것 보다는 안보리 제재를 선택할 것이다. 안보리가 북한의 천안함 사태에 적절한 조치를 강구치 못함으로 해서 미7함대를 비롯한 주요전함들이 서해와 동해로 몰려들고 한국도 비상사태를 선언하여 한반도 긴장상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중국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는 북한이 선군정치, 강성대국, 세습정치를 추구하면서 일으키는 의외의 사고에 대해서는 심지어 핵 실험까지도 중국의 국익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겉으로는 유감스럽다고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많은 경우에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카드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상해 엑스포의 성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위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김정일을 곧 바로 불러들인 후 당대당 외교의 특색을 살려 극진히 예우를 하면서도 실질에서는 향후 북한이 제반문제에서 중국과의 사전소통을 강력히 요구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본받으라는 내정간섭적 통고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중국은 커졌고 북한은 핵 놀음을 하면서도 왜소해졌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천안함 폭침사고에 대해서도 중국이 뒤를 잘 봐줄 것을 기대하면서 모든 수모를 감수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역사는 천안함의 비극에 대해 김정일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영일(李榮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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