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 직접 물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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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종합상사 전명헌 사장은 29일 중국 칭다오(靑島) 샹그릴라 호텔에서 중국의 링산(靈山)조선소와 합자회사(회사명 칭다오시엔다이조선유한공사)를 설립하는 계약을 했다. 링산 조선소는 1만~2만t급 선박을 주로 만드는 중소형 조선소다. 현대종합상사는 740만달러를 투자해 합자회사의 51% 지분을 갖는다. 현대 측은 또 조선 기술자와 관리자 30여명을 합자회사에 보내 합자회사 경영을 돕기로 했다.

국내 종합상사가 직접 배를 만드는 것은 현대종합상사가 처음이다. 현대종합상사 측은 "중소형 선박시장은 조선 틈새시장"이라며 "종합상사의 마케팅 능력과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접목하면 5년 안에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개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던 종합상사들이 잇따라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지붕 아래 있는 관계사마저 수출 대행을 맡기지 않아 새 수익사업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물산과 LG상사 등은 그룹사의 수출대행업무를 완전히 중단했다. 국내 종합상사들의 수출액이 한국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47.7%에서 올 10월 7.8%로 떨어졌다.

현대종합상사는 전자 제조업에도 진출했다. 올 들어 네덜란드와 옛 동독지역에서 LCD TV 생산라인을 빌려 LCD TV를 직접 만들고 있다. 생산규모는 현재 월 5000대 정도다. 또 지난해 말부터 영국 런던 근교에서 현지 임가공 형태로 PDP를 생산해 유럽 전역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2만5000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LCD TV와 PDP TV는 모두 '현대(HYUNDAI)'브랜드로 팔린다.

삼성물산은 스테인리스 제조업에 손을 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97년 3700만달러에 인수해 운영 중인 루마니아 오텔리눅스 공장은 지난해 8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8.7% 늘어난 1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원래 일반철강제품을 만들었으나 삼성이 인수한 이후 스테인리스 판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부산 녹산공단에 자동차 시트 원단과 차량 내장재 등의 생산라인을 갖춰 자동차소재사업에 나섰다. LG상사는 삼호물산, 태국 유니언사와 함께 태국에 설립한 LUF 공장에서 연간 1만3000t의 게맛살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게맛살의 95%는 유럽.미주 지역에 수출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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