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투명, 투자환경 열악 …이래서 투자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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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경제연구소가 29일 '투자가 부진한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소 김범식 수석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설비투자율이 10%대 이하인 경우는 1998년(8.4%)과 지난해(9.5%) 두번뿐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도 9.7%로 부진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보고서가 밝힌 투자부진 사유들.

▶경기에 대한 자신감 부족=90년대 이후 설비투자 결정은 경기회복이 확인돼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미래경기를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평균 34개월이었던 경기상승 기간이 2001년 이후 12개월로 준 것도 영향을 줬다.

▶내수업체의 투자부진과 해외자본재 선호=최근 투자부진의 주원인은 비제조업체의 심각한 투자 위축이다. 지난해 이후 제조업의 기계 수주액은 10% 안팎 증가세를 지속한 데 비해 비제조업은 13.7% 줄었고 올해도 3분기까지 2% 줄었다. 수출이 호조인데도 수출을 위한 제조업 설비투자가 국산설비보다는 수입자본재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의 축소경영 패턴 고착=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재무구조 중시 풍토로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약화됐다. 주주자본주의도 단기실적과 재무구조개선에 주력했다. 국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3.4%로 98년 말보다 179.6%포인트나 낮아졌다. 그런데도 현금보유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열악한 투자환경과 투자대상 부족=고임금 등으로 생산입지 경쟁력이 약화되고 노사관계.지식경쟁력 등 투자를 뒷받침하는 경쟁력도 부족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존 주력산업은 과잉설비 등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홈네트워크.차세대자동차.바이오신약.지능형 로봇 등 차세대 성장동력은 미완이다.

▶투자를 견인할 새로운 조정자의 역할 미흡=과거 정부와 대기업이 졌던 투자 리스크를 질 곳이 없다. 새로운 견인차인 금융산업은 역할이 미흡하다. 금융회사들은 기업대출보다 안전한 가계대출, 국채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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