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H조 실력 고만고만 '홈팀 일본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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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이하인 벨기에(20위).러시아(22위).튀니지(28위).일본(35위)네 나라가 다닥다닥 모여 있는 H조는 F조에 이은 또다른 '죽음의 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F조가 일류팀(아르헨티나.잉글랜드.나이지리아.스웨덴)이 모여 전력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면 고만고만한 실력의 팀들이 모여 있는 H조 역시 뚜렷한 16강행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 대표팀 감독은 우승후보국들인 잉글랜드.포르투갈을 피해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아주 강한 팀도, 아주 약한 팀도 없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벨기에 로베르 와세주 감독도 "일본과 붙게 된 것은 좋은 기회"라며 반색했다.

자연히 전문가들의 예측도 엇갈린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조 추첨'이 잘됐다며 일본의 16강 진출이 확정되기나 한듯 대서특필할 때 닛칸 스포츠는 비교적 차분한 분석을 통해 "튀니지의 확률이 35%로 떨어질뿐 일본.벨기에.러시아 세 나라의 16강 확률은 55%로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유력지 이즈베스티야는 "일본이 조 1위, 벨기에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아나톨리 비쇼베츠 전 러시아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1위, 일본 2위를 점쳤다.

FIFA 랭킹에서는 일본에 근소하게 앞서지만 콩고.마다가스카르.모리타니 등 축구의 불모국들과 같은 조에 편성돼 세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 튀니지가 최약체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역시 홈 어드밴티지에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일본의 16강행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준우승한 일본은 '골든 쿼테트(골키퍼 가와구치, 스리백 마쓰다.모리오카.나카타 고지를 지칭)'라고까지 불리는 주전 수비진의 조직력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경기 일정은 별로 좋지 않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평가되는 벨기에와 6월 4일 첫 경기를 치르고 9일 두번째 경기에서 역시 부담스런 상대인 러시아와 싸워야 한다.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4위까지 올랐던 벨기에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조 1위 자리를 크로아티아에 내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체코를 꺾고 본선에 합류했다.

강한 체력에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공격루트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러시아보다 한 수 아래로 보지만 일본 내에서는 러시아보다 강팀으로 분류한다.

러시아는 슬로베니아를 제치고 7승2무1패,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예선 10경기에서 5골만을 허용한 철벽 수비진이 자랑이며 스페인 셀타 비고에서 뛰는 모스토포이.발레리 카르핀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선수들이 주축으로 팀워크가 단단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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